한국은행이 12일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과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의 윌리엄 페섹 칼럼리스트는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운명을 밟지 않으려면 금리인하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페섹 칼럼리스트는 13일 칼럼에서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에 관련해 미약한 내수와 기업투자 부진, 수출 둔화 등 여러 이유를 요령있게 갖다 붙이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조치는 실제로 일본 때문에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여러 정치인이 한국은행에 환율을 내려 수출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일본이 지난 2012년 11월 중반 이후 엔저에 속도를 내면서 지금까지 원화가 엔화 대비 44% 올랐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런 주문은 합당하고 페섹은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일본의 경우를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한국 정책당국이 가까운 장래에 훨씬 공격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반영구적인 디플레이션 공포, 즉 장기적인 ‘일본화(Japanization)’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기업임금 인상 촉구, 환율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릴 것 등 세 가지를 들었다.
페섹 칼럼리스트는 “현재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4% 감소했다”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를 더 내려야 하고 그것도 즉시 그래야 한다. 통화정책 변화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6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주열 총재가 빨리 금리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에는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이런 리스크는 대출관련 규제 강화나 모기지 담보비율 조정 등 거시정책을 통해 억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임금인상이 시급한 이유에 대해 페섹은 “한국 노동력의 약 3분의 1이 정규직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라며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펼치고 있으나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것도 부분적으로 노동력의 38%가 비정규직인 것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페섹은 “일본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통화가치 하락으로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는 독일에서 그 모델을 찾아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 수출업체들은 어려운 시기에도 환율을 놓고 불평하지 않고 정부의 격려 속에 이익을 극대화할 새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창조경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환율이 수출업체에 불리하더라도 성장할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 같다”며 “한국은 오랫동안 창조적 파괴보다는 통화가치 하락을 통한 방어에 의지해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