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 워크아웃 배경에 의혹… 대주주 성완종, 당시 국회의원, 담당 금감원 임원 갑작스런 퇴임
경남기업이 3차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에 자본이 전액 잠식되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범주를 교묘히 빠져나가 금융권 지원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란 오명을 안게 됐다.
특히 지난 1999년 12월부터 진행된 3차례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시장·경제적 논리보다는 경남기업 대주주인 성완종 전 의원을 필두로 한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깊숙이 개입되면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으로 이어지는 불편한 연결고리가 형성됐다.
이에 경남기업이 11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던 해외 자산매각 지연으로 자본잠식에 이르자 회사는‘뒷짐’, 금융당국은‘난감’, 채권단은‘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경남기업 자본잠식, 정치권 개입으로 예고된 부실 =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3년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경남기업은 두번째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 5개월 만인 세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승인을 얻어냈다. 벽산건설, 우림건설, 풍림산업 등 대부분의 부실 건설사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현재 감사원은 금감원과 신한은행 등 경남기업의 채권단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마치고, 다음달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당시 경남기업 채권단이 57개로 이 중 90%가 워크아웃에 찬성해 진행된 상황으로 채권단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시 경남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총괄했던 금감원 임원이 지난해 12월 전격 사표를 제출하면서 더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해당 임원의 경우 지난해 4월 부원장보에 내정되면서 임기(총 3년)가 2년 이상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서 그의 갑작스런 퇴임에 당시 감사원의 감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제는 경남기업의 부실이 악화되고 있을 때 성완종 회장이 국회 정무위 소속 현역 국회의원이었다는 점에서 압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 회장은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활동하다가 지난 2014년 6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이들 사이에 오고가는 정황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인 신한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정치권이 만든 것이다. 여기에 반기문 총재 동생인 반기상씨가 6년간 경남기업 상임고문직을 맡으면서 특혜 시비도 적지 않다. 성 회장은 반기문 총장이 소속된 충청 출신 정계·관계·언론인 모임인 충청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다.
◇경남기업, 하노이사업 매각… 채권단 이견 = 채권단은 경남기업 자본잠식 소식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실적이 악화됐다는 소식만 접했을 뿐,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손실액이 2배가 넘는 등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이 같은 정보를 왜 오픈하지 않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날 신한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경남기업 채권단은 긴급 채권단회의를 갖고 경남기업 자본잠식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회사측 설명을 듣고 12일까지 예정된 조회공시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대응 방안만 논의했을 뿐 구체적인 회생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누지 않았다.
앞서 채권단 내부에서는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경남기업의 핵심자산인 ‘랜드마크72’ 건물 처리 방법을 둘러싸고 이견차가 컸다. 채권단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대주단 간 의견이 엇갈렸던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경남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핵심자산인 랜드마크72를 서둘러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대주단 대표 주관사인 우리은행은 건물이 완공돼 담보 가치가 있기 때문에 PF대출을 담보대출로 전환해 금리를 낮추더라도 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채권단은 경남기업 오너의 사재 출연이나 무상감자, 자산매각 등 금융지원에 앞서 경영 책임에 대한 손실분담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성 회장은 2007년 자서전 통해 “자식들에게 집 한채만 남겨두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