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세운 비밀 후계자 양성학교가 올해 7월로 5주년을 맞습니다. 57세의 손 회장은 60세에 은퇴할 예정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후계자를 고르는 것도 파격적입니다. 미국에서도 자신의 핏줄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일이 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 선정 위원회를 설립해 내부나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을 발탁합니다. 그러나 손 회장은 야간대학과 오디션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후계자 양성학교를 세웠다는 점에서 대조적이죠. 소프트뱅크는 이 학교를 ‘아카데미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바로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 철학자 플라톤이 세운 것으로 알려진 교육장이 아카데미아의 기원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소프트뱅크 직원과 외부에서 지원한 사람 등 약 300명이 처음에 뽑혔습니다. 매년 하위 성적 20%는 탈락하고요. 이들은 한 달에 1~2번 회사 도쿄 본사에 모여 각종 주제를 놓고 세미나를 합니다.
이들은 수업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해야 합니다. 회사의 민감한 경영정보가 과제로 주어지기 때문이지요. 손 회장이 자신 앞에 놓인 현안을 교육생에게 던져놓고 어떻게 이들이 대처하는지 봅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뱅크가 220억 달러에 스프린트를 사들였을 때도 발표 직후 학생들에게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을 정도입니다.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진행하는 유명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서 영감을 얻었을 수도 있겠네요.
중요한 것은 손정의와 같은 눈높이에서 큰 비전을 그려볼 기회가 참가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업가와 변호사, 기업 임원, 펀드매니저 등 내로라하는 엘리트들이 손정의의 아카데미아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정의의 인재를 양성하려 하는 마음은 분명 배울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참가자 중에 손정의 후계자로 남는 사람은 결국 하나겠지요. 그러나 탈락한 사람들도 손 회장의 카리스마와 위기에서 헤쳐나가는 모습을 직접 보고 얻는 바가 많을 것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후계자 학교가 하나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