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9시 55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당초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보다 5분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카메라가 집중되자 김 전 위원장은 "대법관 될 때보다 (취재진이) 더 많이 오신 것 같다"면서 웃음을 보인 뒤 차분하게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 동안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난 3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집과 학교에 기자분들이 찾아왔는데, 해외 출국 일정도 있고 통과된 법안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몰라 대답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통과된 법안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고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해당 규정을 열거하면서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은 본인의 평소 생각을 담은 입법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부정청탁 금지 규정의 경우 매사 제3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제3자 청탁풍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했다"면서 "우리 사회가 그동안 빽 사회, 뒷 힘이 있어야 하는 사회, 브로커가 설치는 사회, 배달 사고가 일어나는 사회 등으로 타락한 모습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공직자의 금품수수 금지 규정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대해 "세상에 공짜는 없다"면서 "공짜가 있다면 순수한 불우이웃을 위한 자선, 기부의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검찰 출신 국회의원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언론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 법안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검찰 출신이 지적하는 건 본인이 소속됐던 기관이 과거에 그러했다고 자인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이 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부패한 국민권익위원회를 해체하라"고 주장하는 중년 여성이 목소리를 높여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여기 계신 기자분들이 이 자리를 마치고 저 분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기록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