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칼럼] 포퓰리즘으로 악화되는 청년실업

입력 2015-03-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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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고용 사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특히 청년들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2010년 2월의 25만명에서 지난 1월에는 49만3000명으로 사상 최대가 되었다. 청년실업률(15-29세)은 9%를 상회한다. 고시준비생, 아르바이트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포함하면 체감 청년실업률은 20%를 상회한다.

금년 채용 전망도 어둡다. 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의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그중 65%는 아직도 대졸 신규 채용을 확정하지 못하였다 하고 12%는 작년보다 채용 인원을 줄이겠다고 하며, 6%만이 채용 인원을 늘리겠다고 한다.

기업 여건이 좋아져야 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당위성만 앞세운 무책임한 입법으로 청년 일자리를 오히려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6년부터 시행되는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에 의하면 내년부터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의 정년은 60세로 연장된다. 우리나라의 연공서열형 임금제도로 정년퇴직 임박한 근로자의 임금은 신입사원보다 3배 정도 된다. 정년 연장 결과, 해당 기업들은 2016~2019년 동안 신규 채용이 없어도 매년 인건비가 6%씩 상승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평균 정년 퇴직 나이가 55세임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의 근로자는 정년이 5년 연장되는 셈이다. 기존 근로자들은 정년이 연장되어 좋겠지만 새로 취직할 젊은 세대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더 늘어나는데 어떻게 신규 채용을 할 수 있겠는가? 내년부터 대기업의 채용절벽이 예상된다. 내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들은 무슨 죄가 있는가?

노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정년 퇴직 연령을 늘리거나 나이에 따른 정년퇴직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업 현실을 직시하여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정년 연장이 되려면 우선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무조건 임금이 올라가는 임금구조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다. 정년 연장으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억제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등의 필요한 조치는 도입하지 못한 채 기존 근로자들에게 생색나는 정년 연장만 법제화되었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현재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10%도 안된다. 기존 근로자들에게 혜택은 먼저 주고 뒤늦게 비용을 부담시키려 하니 근로자의 양보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정년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완화 등 보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여야 한다. 아니면 내년부터 취업대란이 올 것이다.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증대되어야 한다. 대기업과 공기업 근로자들은 강력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고 있다. 경영 사정이 어려워도 함부로 해고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기업의 경우 사업장 이동도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부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신규 근로자 채용시 기존 근로자 가족에게 우선권을 주어 일자리가 세습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기업으로 하여금 고용을 줄이게 하거나 비정규직 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비정규직 채용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여건은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규제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면 문제가 해결될 수가 없다. 투자와 고용을 기피하거나 공장 자체를 해외로 이전하여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되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아울러 노동시장 유연성으로 인한 근로자의 생활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 시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즉 노동시장의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성(Security)을 동시에 강화하는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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