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히 접근하라” 고은진 하나대투 크로스에셋 팀장
하나대투증권 고은진 크로스에셋 팀장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원자재 신중론자’로 꼽힌다.
다양한 자산을 분석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그는 원자재는 단순한 기대 심리로 개인투자자들이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자산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최근 유가 반등으로 원자재 전반 투자심리 개선 움직임이 되살아나며 원자재 저가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 팀장은 올해 원자재 시황 전망과 관련, “올해도 원자재 시장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공급 과잉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달러 강세 부담 속에서 원자재가 의미있는 반등을 이어가긴 힘들다”고 밝혔다.
그동안 원유 등 주요 원자재의 최고 큰손으로 꼽혔던 중국의 성장률이 주춤해지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공급 과잉 현상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중국과 유럽 등 주요 소비국들의 수요가 예전보다 못한 ‘공급과잉’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원자재의 의미있는 반등은 섣불리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따라서 향후 △중국 등 원자재 주요 소비국의 부양정책 가능성 및 강도 △선진국들의 수요 회복 △기본적으로 공급과잉 품목들이 저가 환경에서 구조조정에 의한 수급 균형으로 얼마나 접근하는지 등의 움직임에 따라 원자재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원자재 시장 호재에 대해서는 원유, 금, 비철금속, 농산물 등의 가격이 워낙 낮아졌기 때문에 투기세력들의 저가 매수 움직임에 따른 단기 가격 반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 원유는 전년도 고점 대비 -50%, 금도 2011년 최고치 대비 -40% 등 가격 면에서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고 팀장은 “그러나 어디까지 저가매수성 움직임은 투기세력의 단기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며 “중국 양회가 끝나고 경기부양책 강도에 따라 원자재 시장의 반등 모멘텀이 작용하는가를 확인한 다음 투자를 가늠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재 투자는 세계경제를 이해하는 교과서와 같은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고 팀장은 “세계 경제의 수많은 요인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급을 결정하는 원자재 시장의 메커니즘에 대한 올바른 이해없이 단순한 기대감으로 접근하는 태도는 위험하다”며 “단기 성과를 노리고 원자재 시장에 뛰어든다면 주식보다 높은 변동성으로 낭패를 보기 쉽다”고 우려했다.
과거 중국이 고성장으로 승승장구할 때 ‘원자재 슈퍼사이클’이란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성장률이 과거 수준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고, 미국의 셰일오일 본격 생산, 양적완화 종료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로 원자재 시장은 몇 년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원자재는 워낙 변수가 많은 자산이므로 각각의 원자재마다 펀더멘털적 면을 다 확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효과적인 원자재 투자전략과 관련, 고 팀장은 “현재로선 투자 매력이 크게 부각되는 품목이 많지 않다”고 운을 뗀 뒤 “다만 저유가 지속으로 생산원가가 높은 비전통 원유 시장의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화된다면 하반기 이후에는 에너지 품목 중심의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고 덧붙엿다.
특히 원자재 상품들은 대부분 선물수익률에 기초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이해하고 빠르게 분석해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가 운용하는 투자상품이 직접 투자보다 확률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고 팀장은 “펀드나 ETF, 직접투자 등 국내에 출시된 대다수 원자재 상품들은 대부분 선물수익률에 기초해 운용된다”며 “약세장에서 선물 투자 성과는 현물 투자 성과에 미치지 못하는 콘탱고 현상을 보이므로 현물가격 변동만큼의 수익이 실현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굳이 지금 원자재에 투자할 시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원자재에 투자할 생각이라면 조심스럽게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방안이 그나마 낫다는 것.
고 팀장은 “단순한 기대심리로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은 한두 번은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로 이어지긴 어렵다”며 “본인이 관심 있는 원자재에 대한 펀더멘털을 이해한 후 준비된 투자를 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