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헌 시장국장 겸 금융시장부장
이 얼마 만인가. 지난 수년간 신규 분양은 물론 기존 주택도 거래가 안 돼 집값이 반토막 나 깡통주택이 속출하고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산 서민들은 하우스푸어가 돼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최경환 부총리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며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완화했다. 지난 연말에는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3법까지 모두 풀었다.
그 결과, 쌓여만 가던 미분양은 줄고, 주택거래는 급증했다.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7834건으로 전년 대비 150% 증가했다. 전국 주택거래량도 100만5000건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8년 만에 최고치이다.
올 들어 주택거래는 더 활발해졌다. 지난 1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7만90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1% 증가한 데 이어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8605건으로 역시 2006년 이래 가장 많았다.
거래량이 증가하다 보니, 집값도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4% 오른 데 이어 2월에도 0.2% 올라 1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건설사들도 분양 물량을 대거 쏟아낼 계획이다. 올해만 무려 30만9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우스푸어, 깡통주택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서민들이 미친 전셋값에 빚내 집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소득이 늘어 자기 돈으로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전셋값을 올려주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셋값이 집값의 70%를 넘고 일부 지역은 집값과 전셋값이 별반 차이가 없는 곳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민들이 집을 장만할 때 대출을 받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상황이지만, 2000년대 중반 이전만 해도 집값 상승기였기 때문에 대출금 상환 부담이 적었다. 집값이 오르면 팔아 다시 분양을 받는 재테크 수단이었기 때문에 빚낸 사람도, 대출해 준 은행도 큰 걱정을 안 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다르다. 최근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다. 저성장·저물가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주택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취업이 늘고, 월급이 올라야 가계에 여유가 생기지만 고용 및 임금상승률도 그리 좋지 않다.
가계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빚내 집 산 사람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 방법은 집값이 오르거나, 가계소득이 증가해야 하지만 두 가지 모두 기대 난망이다.
그러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1089조원으로, 올해 1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주택경기를 회복시키겠다며 금융 규제를 푼 결과다. 지난해 8월 금융 규제를 완화하기 이전인 1월부터 7월까지의 주택담보대출은 19조8000억원으로 전년 수준이었지만 8월부터 12월까지는 39조6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서도 7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이 3조4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배나 폭증했다.
반면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013년 말 160%에서 작년 3월 말 163.6%까지 상승했다.
가계부채는 폭증하고 부채 상환 능력은 약화되고 있지만 관계 당국은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최근 가계부채가 다소 빠른 속도로 늘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리하게 가계부채를 감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일호 국토부장관 내정자는 한술 더 떠 “빚내서 집 사도 가계부채가 확 늘지 않는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여유로운 소리를 하면서도 걱정이 많았던지, 가계부채 관리협의체를 가동하겠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이제라도 철저한 관리로 가계부채의 뇌관을 제거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