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커피 나오셨습니다.” 카페 어디를 가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사물 극존칭 어법이다. ‘커피’가 주어인 문장에 ‘나오시다’라는 극존칭을 쓰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불필요한 존칭으로 ‘간접 존대’에 해당한다. 존칭의 파괴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커피숍들이 뭉쳤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페베네’, ‘파스쿠찌’, ‘망고식스’가 LOUD 캠페인이 주관하는 ‘사물 존칭 사용 안 하기 운동’에 동참키로 했다. 이들 3개 업체는 LOUD가 지난 1일 제안한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저희 매장에서는 사물을 고객님보다 높이지 않습니다’라는 취지의 문구를 테이크아웃용 컵홀더에 적용했다. 바른 경칭 사용에 대한 직원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SPC 측은 “잘못된 어법이 뿌리를 내리고 나면 개선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늦기 전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망고식스도 “서비스업계는 친절을 경쟁력으로 삼아 ‘과잉 친절’ 문제가 생기기 쉬운 분야인 만큼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카페베네도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 잡을 기회여서 동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커피전문점 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서도 물건을 높이는 과도한 존칭을 사용한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도 사물 존칭을 쓰는 것이 익숙해진 문화를 바로 잡으려는 자정 노력에 적극적이다.
현대홈쇼핑은 자동주문전화에 꼭 필요한 안내 멘트만 제공하고 과도한 존칭, 불필요한 설명, 서술어 등을 대폭 줄인 ‘스피드 ARS’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10월 한글날을 맞아 한 달간 임직원을 대상으로 ‘우리말 바로쓰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백화점은 현장에서 유의해야 할 높임말 사용법을 직원들이 기억하기 쉽도록 4컷 만화로 제작해 사내 통신망에 올려,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물 존칭은 잘못된 표현으로 고객 서비스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 낳은 일종의 ‘부작용’으로 볼수 있다”며 “고객을 높이고 존중해야 하는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고객을 넘어 사물에까지 무심코 과도한 존칭을 쓰는 습관이 굳어져 앞으로 업계와 고객들이 많은 노력을 들여야 개선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