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연예인의 자숙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5-03-0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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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생활이 불안정하다”는 연예인들의 고충 토로는 이제 옛말이다. 톱스타의 회당 출연료는 1억원에 달하고,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인한 CF, 행사 비용은 연예인들에게 ‘일반인’은 엄두도 내지 못할 부를 안겨다준다. 잇따른 사회적 물의로 활동을 중단한 연예인들에게 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도 이러한 경제적 수익에 기인한다. “연예인 걱정은 기우”라는 말이 장안의 노랫말로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앤디, 붐, 토니안, 이수근, 탁재훈.'

연예계에 불법도박 쓰나미를 일으킨 5명의 명단이다. 앤디와 붐, 토니안, 이수근, 탁재훈은 지난 2013년 11월, 잇따라 불법도박 혐의로 입건되며 큰 충격을 안겼다. 검찰은 이들 대부분이 상습적으로 도박을 했으며 일부는 동우회 활동을 하거나 같은 시기 ‘연예병사’로 복무한 이력이 있다며 기소 입장을 밝혔다.

유명인의 경우 법률적 근거를 토대로 한 처벌 여부와 별개로 대중에 의한 여론 재판이 가해진다. 앤디와 붐의 도박 수준이 수천만원대에 그쳐 약식 기소됐음에도 냉담한 여론이 이를 입증한다. 여론재판의 타당성은 공인에 기인한다. 연예인을 공인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인민재판에 대한 인간적, 사회적 적합성 여부 논의 역시 찬반양상을 띄고 있지만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불변의 진리가 여전히 이들에 대한 인민재판을 가능케 한다.

법 기관 역시 이들의 기소 의견에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사회적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고려해 처벌을 결정했다”는 말로 판결하는 것을 볼 때 연예인이 가진 책임감과 사회적 영향력, 부와 명예가 과거와는 다른 위상을 가짐이 보다 명확해진다.

물의를 일으킨 스타들의 엇갈린 행보는 자숙에 대한 혼란을 더한다. 대중은 형평성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같은 죄를 지어도 누구는 지탄 받아 방송 활동을 할 수 없고, 대중의 심리에 크게 어긋나는 사회적 물의에도 이내 복귀해 활동을 이어가는 연예인이 있다. 앤디는 소속 그룹인 신화 멤버로 컴백했다. 지난 달 23일에는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하며 지상파 컴백도 이뤘다. 붐 역시 지난해 11월 E채널 ‘용감한 작가들’을 통해 방송 복귀를 알렸다. 방송가 고위관계자 사이에서는 신규 프로그램 MC로 이수근을 긍정 검토하며 복귀 시점을 결정하기 위해 시청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길은 리쌍의 콘서트로 대중 앞에 고개를 숙이며 활동을 재개했고, 같은 죄목의 노홍철은 여전히 자숙 중이다.

▲MC몽(뉴시스)

MC몽은 이 같은 ‘자숙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는 2010년 병역기피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한지 4년 만이자 2009년 정규 5집 이후 5년 만에 가요계에 컴백했다. 반발은 거셌다. 입국금지를 당해 10년 넘게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유승준(스티브 유)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그의 컴백 앨범에 지원사격을 했던 백지영, 하하 등 동료 연예인들까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자숙 중인 모든 연예인의 활동을 허하라’는 주장이 봇물을 이룬다.

이처럼 연예인을 공인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의 확대와 엄격해진 사회적, 도덕적 잣대는 법적 처벌 외 ‘자숙’이란 여론 재판의 형평성을 요구하고 있다. 타의에 의해 공적으로 자숙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생겼다. 연매협 특별기구 상벌조정윤리위원회는 소속사와의 계약해지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배우 클라라에 대해 “이 스타를 동경하는 주요 층은 청소년층이 대다수이며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인해 활동을 하고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 연예인은 공인으로서의 책임감 역시 크다”며 자숙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회적인 영향력에 대한 제어 시스템 부족으로 인하여 스타의 좋지 못한 행위가 발생하였을 경우, 적절히 대비하지 못한 채 정화되지 못한 상태로 사회적인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나아가 둘쑥날쑥한 자숙 기간에 대한 적합성 역시 논의의 필요성을 가진다. 중요한 것은 연예인 당사자의 도덕성 확립이다. ‘딴따라’가 아닌 ‘스타’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감이 이를 뒷받침한다.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을 다시금 되새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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