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다의 힘으로 미래를 연다

입력 2015-03-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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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

프랑스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이 마지막을 보낸 남태평양 타히티의 보라보라 섬은 영국 공영방송 BBC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은 곳이다. 이 섬에 있는 탈라소 리조트의 ‘딥 오션 스파(Deep Ocean Spa)’는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스파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리조트의 냉방도 해양심층수로 해결한다. 해양심층수의 온도가 2℃ 이하로 차가운 점에 착안해 친환경 냉방 시스템을 만들었다.

해양심층수는 북극에서 발원해 천년 이상에 걸쳐 동해로 흘러 내려와 수심 200미터 아래에 존재하는 청정한 물이다. 밀도가 높아 다른 바닷물과 섞이지 않고 따로 순환하며,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 대양을 순환하면서 재생되기에 고갈될 염려도 없다. 우리나라에 이 같은 해양심층수가 다량 존재한다는 점은 축복이다. 동해 바닷물의 95%가 고품질의 심층수다. 연간 4조 톤에 달하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가진 것과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부 식품에만 해양심층수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해양수산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해 모든 식품에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올 하반기쯤에는 해양심층수 아이스크림, 해양심층수 과자·빵 등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강원도 고성에 조성되는 ‘해양심층수 산업 클러스터’는 연구개발(R&D) 등 복합 기능을 갖춘 해양심층수 산업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심층수와 같이 바다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휴대전화 배터리와 전기차에 사용되는 핵심 금속인 리튬은 바닷물에 2300억 톤이나 녹아 있다. 육상 매장량의 2만 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해수용존 리튬 추출 기술을 확보했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심해저 광구의 경제적 가치는 ‘바다의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망간단괴의 경우 추정 매장량이 약 5억6000만 톤으로 상용 개발 시 연간 2조원 규모로 100년 이상 개발이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인도양에서 확보한 심해저 광구에는 구리나 아연과 같은 광물을 캐낼 수 있는 열수광상이 14조원어치 매장돼 있다. 전 세계 매장량 중 망간 81%, 니켈 83%, 코발트 96%가 심해저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의 자원확보 전쟁은 바다에서 벌어질 것이 확실하다.

또한 바다는 전 세계 생물의 80%가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육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생명현상을 보이는 생물들도 많다. 바다 생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거나 바이오디젤과 같은 연료도 만들 수 있다.

바다의 미래는 극지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재 각국은 남극을 해양·대륙 연구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 남극 장보고기지를 준공함으로써 상주기지를 2개 이상 보유한 열 번째 국가가 되었다. 장보고기지가 남극 대륙에 건설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남극 지질, 운석탐사와 같은 대륙 기반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해양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세종과학기지와 대륙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장보고과학기지가 함께 운영되면서 연구 활동과 기지 운영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앞으로는 국제 공동 연구 수행을 통해 성과를 높이고, 남극 탐사를 위한 ‘코리안 루트’를 개발하는 등 극지연구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영국 탐험가 월터 롤리의 명언은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적용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눈을 돌리면 곳곳에 새로운 기회와 희망이 있다. 미래형 일류 선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바다의 힘’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힘을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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