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지표가 무너지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실상 디플레이션 국면임을 실토했다.
최 부총리는 4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서 '2015년 한국 경제의 진로'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한국 경제가 옆으로 횡보하는 답답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 부총리는 지난해 8월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있다'고 말했다가 한달뒤 국회에선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디스플레이션은 ‘디스인플레이션’의 줄임말로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뜻한다.
디플레이션의 경우 저물가, 저성장이 주원인으로 내수 악순환의 원인이 되지만 디스인플레이션의 경우 국가가 경제에 유리하도록 관리 가능한 상황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최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 말에 이어 연초에도 각종 경기 지표가 폭락수준에 머물면서 정책적 위기감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는 3개월 연속 0%대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1997년 7월 0.3% 상승을 기록한 이후 15년 7개월만에 최저치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 또한 정부의 경기회복 전망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줄어 22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1월 광공업생산은 3.7% 감소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1월 경상수지는 69억달러 흑자로 35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은 10%, 수입은 16% 감소하면서 수출입 동반 감소 속 수입이 더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가 두달째 뚜렷해지고 있다.
이같이 최 부총리가 공식적으로 '디플레'우려를 거론한 것은 보다 과감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약하나마 성장세를 지켜왔던 경기회복의 원동력이 올해들어 위기감을 보인데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시기'를 놓지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미약한 성장세에 대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 기재부가 가용한 모든 정책을 경기부양에 올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