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권 카페베네 대표
강원도 맷돌커피에 이어 만재도 절구커피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게 된다. 절굿공이로 원두를 빻아 깨끗한 면포로 내린 커피 한 잔은 배우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커피와 사람이 어우러진 시간, 카페베네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브랜드를 시작하면서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만큼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했다. 이미 해외 유명 브랜드나 대기업 계열사가 포진하고 있던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커피와 함께 고객을 사로잡을 ‘알파’가 필요했다. 카페베네의 선택은 바로 ‘문화를 파는 공간’이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서 나아가 편안하게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브랜드 방향을 정립했다. 2012년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본 방향도 바로 커피와 문화가 함께 있는 공간에서 출발했다.
카페베네가 진출한 첫 번째 국가인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시장으로 일찍이 테이크아웃 문화가 발달해 있었다. 이미 맛있는 커피에 대한 충분한 수요와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미국에서 카페베네는 기존의 커피전문점과 다른 모습으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접근했다. 커피와 함께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포지셔닝했다. 세계적 아티스트 안형남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 유학생들의 유화작품전을 개최하고, 세계적 지휘자 금난새와 함께하는 음악회와 아리랑 베네스쿨의 국악 공연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결과, 뉴욕 한복판에서 커피와 함께 한국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전파하는 창구로 거듭났다.
성공적으로 뉴욕에 안착하면서 본격적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섰다. 한류문화에 대한 높은 인기는 한국의 외식 프랜차이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적극적인 파트너 계약을 통해 중국,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동,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했다. ‘문화를 파는 공간’을 바탕으로 현지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른 현지화된 양념을 더했다.
특히 중동에서는 달콤한 휴식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이라는 전략이 빛을 발했다. 카페베네가 진출한 첫 번째 중동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문화권 지역으로, 야외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여성들에게 쇼핑, 외식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형 쇼핑몰이 활동 반경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라마단 기간 등 종교로 인한 금식이 잦아 달콤한 음료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카페베네는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달콤한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현지에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첫 번째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몽골의 경우 즐길거리가 부족한 젊은 세대 사이에 최고의 놀이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몽골은 이제 막 커피 문화에 눈뜬 시기로, 카페베네는 이곳에 한국의 커피 문화를 소개하며 친구, 연인들의 데이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소비자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는 색다른 콘텐츠가 있을 때, 비로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 카페베네의 글로벌 브랜드 전략은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중동에서도 카페베네는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판매하고 있다.
‘커피의 고향’으로 불리는 에티오피아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다. 승려들이 졸음을 쫓기 위해 마시던 커피가 유럽으로, 미 대륙으로 퍼지면서 새로운 문화로 이어졌다. 괴테와 같은 대문호, 화가 등 예술가들이 유럽발 카페 문화를 꽃피웠고, 미국의 스타벅스가 테이크아웃 커피로 세계 최대의 커피전문점을 만든 것처럼 한국의 커피 문화도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7년 전 시작된 카페 문화의 역수출이라는 작은 꿈은 이제 ‘실현 단계’로 성큼 다가섰다. 카페베네의 글로벌 진출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