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일본 TV산업…아베노믹스 약발 안 먹혀

입력 2015-02-0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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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 경쟁 격화에 3위로 밀려나…고가 제품ㆍ내수 초점으로 전략 전환

▲일본 TV업체들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사진은 도쿄에 있는 파나소닉 쇼룸. 블룸버그

일본 TV산업이 몰락하고 있다. 샤프와 파나소닉 등 일본 TV산업의 간판기업들이 3일(현지시간) 일제히 부진한 실적 전망을 발표했다. 이는 해외시장에서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밀리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분석했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1위로 군림했던 일본 TV업체들은 가격과 성능 면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면서 이제는 한국, 중국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이에 일본 업체들은 고가 모델과 자국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등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야마구치 히로미 유로모니터 애널리스트는 “일본 제조업체들에게 경쟁이 치열한 해외시장은 더 이상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프는 이날 지난 분기 174만대의 TV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의 218만대에 비해 약 20% 줄어든 수치다. 회사는 3월 마감하는 2014회계연도 순손실이 300억 엔(약 276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 전망치인 300억 엔 순이익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에 샤프는 미국시장에서 TV 라인업을 축소하는 대신 일본은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해 유럽 생산을 축소했다. 다카하시 고조 샤프 사장은 “미국과 일본에서 샤프의 위치는 다르기 때문에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며 “이것이 올바른 전략이다. 우리는 위기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파나소닉도 TV 사업부에서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지난해 4분기 TV 매출은 1486억 엔으로 전년의 1599억 엔에서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4억 엔에서 54억 엔으로 늘었다. 파나소닉은 지난 2일 중국 내 TV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와이 히데아키 파나소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TV사업을 현재 평가하고 있다”며 “일본과 유럽은 중요한 시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3위 TV업체 도시바는 지난주 오는 3월부터 북미지역 TV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대만 컴팔일렉트로닉스에 브랜드 라이선스를 줄 것이라고 전했다. 도시바는 대형 스크린이나 스마트TV와 같은 고가 제품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해 4~9월 TV판매가 전년보다 8% 감소했다.

소니만이 유일하게 TV사업 흑자가 예상되나 전문가들은 소니가 지난해 TV사업을 분사시킨 것은 매각의 전조라고 풀이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11년만 해도 일본의 글로벌 TV시장 점유율은 35%로, 33%의 한국에 근소한 우위를 지켰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과 중국이 각각 38%와 23%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일본은 20%에 그쳤다.

내수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좋은 전략은 아니라는 평가다. 정부의 에너지 효율 전자제품 보조금이 중단되면서 2010년 2480만대에 이르렀던 일본 TV 판매가 지난해는 560만대(추정치)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또 일본 TV업체들이 내수에 매달릴수록 아베노믹스가 촉발한 엔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WSJ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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