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화정책 뉴노멀 시대] ③전면전 나선 ECB…새우등 터지는 非유로존 국가

입력 2015-0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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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 QE 도입으로 유로화 가치 11년래 최저치…스위스, 환율방어 포기·덴마크, 2주간 3차례 금리인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블룸버그

유럽중앙은행(ECB)이 환율전쟁의 전면전에 나섰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고조되자 이를 막기 위해 전면적 양적완화(QE)를 도입하는 등 슈퍼 바주카포를 쏘아올린 것이다.

ECB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오는 3월부터 최소한 내년 9월까지 국채와 커버드본드 등 600억 유로(약 73조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는 QE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1%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 성장률 전망치(3.1%)의 3분의 1 수준이다. 실업률은 지난 2년간 사상 최고치인 12% 근처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했다. ECB 물가 목표인 2%를 밑도는 것은 물론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그리스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ECB)이 정권을 잡으면서 유로존 붕괴 위기도 고조됐다. ECB가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CB의 QE 발표 이후 유로화 가치가 추락해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달 26일 1.1098달러로 지난 2003년 9월 이후 11년여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그러나 ECB의 유로화 약세 유도에 스위스와 덴마크 등 유럽 내 비유로존 국가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이 됐다. 이들 나라는 유로화 가치와 자국 통화 가치가 연동되는 유로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환율을 방어하려면 막대한 돈을 쏟아붓거나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결국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지난 15일 환율하한선을 폐지했다. ECB의 QE 실시로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는데 환율방어에 무한정 돈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SNB의 전격적인 발표 당시 스위스프랑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최대 41%, 달러화에 대해서는 38%까지 치솟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덴마크는 지난 2주간 기준금리를 무려 3번이나 인하했다. 현재 덴마크 기준금리는 마이너스(-)0.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ECB 조치에 자국통화인 크로네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덴마크의 지난달 외환시장 개입 규모는 최대 1000억 크로네(약 16조6600억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가치 하락에 크로네로 몰려드는 투자자들의 돈을 제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SNB처럼 유로페그제를 폐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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