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구글 매출 축소 등 美기업 ‘울상’…중소기업 도산 등 일본·유럽도 상황 안 좋아

환율전쟁의 최대 희생양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특히 미국 대기업들은 이미 해외시장 비중이 높아 달러화 강세의 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환차손으로 막대한 손해를 본 것은 물론 가격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최근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IT 기업들은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강달러로 손실을 봤다고 토로했다. 패트릭 피체트 구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강달러로 매출이 5억4100만 달러(약 5900억원) 축소됐다”며 “환율변동에 따른 강달러 충격을 제외하면 매출 증가율이 20%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구글의 매출 증가율은 17%에 그쳤다.
애플은 지난달 초 환율 변동을 이유로 유럽연합(EU)과 노르웨이 캐나다 러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앱 가격을 올렸다. 유럽에서 앱 기본 가격은 종전 0.89유로에서 0.99유로로 인상됐다.
MS는 지난달 27일 강달러에 따른 부진한 실적 전망을 발표했다가 주가가 9% 이상 급락해 하룻밤새 시가총액이 347억 달러나 증발하기도 했다.
제조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최대 소비재업체 프록터앤갬블(P&G)은 분기 실적 발표에서 강달러가 매출 감소의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P&G는 “178년에 이르는 회사 역사상 가장 심각한 환율 충격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시장이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기 때문에 P&G는 오는 6월 마감하는 이번 회계연도 환차손이 1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이자와 듀폰 등도 환율 변수에 올해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일본과 유럽 등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지역 기업들도 마냥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일본 신용조사회사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엔저 영향으로 도산한 기업이 345곳으로 2013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대기업이 일본으로 다시 생산거점을 옮기는 등의 혜택을 보기 전에 수입비용 증가에 따른 충격을 견디지 못한 영향이다.
유럽 기업들은 유로화 약세로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커피와 차 등 수입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아울러 주요 상품 가격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유가 하락에 따른 혜택도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