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저유가 기조에 힘입어 지난해의 침체기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실패작으로 치부됐던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낙관론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관건은 이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얼마나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작년 4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충격이 가시면서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기 시작했고 소비 지출도 회복세를 보이는 등 일본 경제에 회복 조짐이 선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 경제연구센터(JCER)가 41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2분기 연속 감소했던 국내총생산 (GDP)은 작년 4분기(10~12월)에 연율 3%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향후 2년간의 GDP 성장률은 연율 1.5~2%로 예상했다. 이는 올 3월 끝나는 2014 회계연도 성장률이 0.6%의 마이너스(-)로 예상된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전환인 셈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이코노미스트는 “침체기는 끝났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일본 경제의 부활에 힘을 실었다. DIAM 자산운용사의 고이데 고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유가 기조가 일본 경제의 회복에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작년 중반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일본의 연간 GDP를 적어도 1%포인트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에 의한 작년 연말의 추가 부양책과 3일 국회를 통과할 예정인 추가경정예산안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HSBC 글로벌 리서치의 이즈미 드발리에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의 가장 실질적인 성과였던 엔화 약세가 드디어 실력을 발휘했다고 지적했다. 수출 기업들이 엔화 약세에 힘입어 물량을 늘리기 시작, 작년 12월 수출이 12% 늘어난 점을 들었다.
실제로 엔화 약세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이 기록적으로 증가했고, 일부 기업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캐논 파나소닉 샤프 등 전자업체들은 일본 내 생산을 늘릴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덕분에 기업 실적도 낙관적이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최근까지 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평균 이익은 14%, 매출은 5% 각각 증가했다.
WSJ는 이같은 낙관론 덕분에 실패작이란 비난을 받았던 ‘아베노믹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것이 장기 침체기의 짧은 휴식기라는 비관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여전히 낮은 물가상승률과 제자리 걸음인 임금 수준 때문이다.
12월 BOJ의 조사에서는 일본의 경기가 내년에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률은 7%에 불과했다. 일본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아베 정권 이전의 두 배 수준이지만 기업들은 신중론을 고수하며 내부 유보를 이례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조사됐다. 또한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실질 임금은 최근 1년간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의 작년 4분기(10~12월) GDP 성장률이 예상 외로 부진을 보인 것과 1월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 소식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의 작년 4분기 GDP 증가율은 2.6%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3.0∼3.2%)보다 훨씬 낮다. 직전 분기인 3분기 증가율이 5.0%였던 것을 고려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 2일 발표된 1월 중국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49.7를 기록해 전문가 예상치 49.8을 밑돌고 50선 아래로 떨어졌다.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월 PMI 지수 역시 49.8로 집계돼 지난해 12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하고 시장전망치인 50.2를 밑돌았다. PMI 지수는 50 이하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와 BOJ는 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2%대에 오를 때까지는 지속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 그러나 물가상승률 2%대 도달은 요원하다. JP모건체이스의 아다치 마사미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3월부터 11월 사이에 일본은 다시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이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