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의 ‘자원외교 회수율 114.8%’의 비밀

입력 2015-02-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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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2일 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한겨레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재임시절 ‘자원외교 성적’이 노무현 정부 때에 견줘 낫다면서, ‘총회수율’ 114.8%를 제시했다.

쉽게 말해,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1조원을 투자해 얻게 될 이익을 지금의 가치로 환산(할인)했더니 1조1148억원이 된다는 얘기다. 이는 본격적인 국정조사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성과를 홍보하고 문제점을 덮으려는 의도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애초 이 수치는 지난해 12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의 지시로 산업부가 만들어 여당 의원들한테만 배포한 ‘해외자원개발 현황 및 주요 쟁점’에서 나왔다. 문건은 야당과 언론,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 맞선 대응 논리들을 담았다. 대응 논리의 핵심에 총회수율(총회수예상액/총투자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벌인 해외자원 개발사업의 총회수율은 장밋빛 전망 아래 크게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게 가스공사가 2010년 인수한 뒤 지금까지 3조7027억원(33억6000만달러)을 투자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지엘엔지(GLNG)’ 사업이다.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2033년까지 4조7286억원 회수(이하 회수액은 현재가치로 할인)를 예상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에서 받은 가스공사의 ‘지엘엔지 지분매각 가능성 검토’ 보고서(2013년 6월·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 작성)를 보면, 공사가 지엘엔지 지분(15%)을 팔았을 때 얻을 수 있는 매각대금은 약 2조원(18억달러)에 불과하다.

팔았을 때 1조7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산업부와 가스공사의 회수 예상액은 3조원가량이나 많은 액수다. 보고서는 “매각 대금은 공사의 회계 장부가격보다 낮아 매각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고 공사의 부채비율 또한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규모가 크진 않지만 보고서가 나온 이후 추가로 이뤄진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공사가 지엘엔지 매각을 검토한 넉달 뒤, 산업부의 ‘민관합동 총괄티에프(TF)’는 대외비 문건(‘에너지 공기업 재무구조개선 방안’)에서 “과도한 투자비” 등을 이유로 지엘엔지를 ‘경영 개선’ 대상으로 꼽기도 했다. 최근 산업부와 가스공사의 낙관적 ‘총회수예상액’ 전망과 달리, 당시 지엘엔지 사업의 미래 수익 창출 가능성을 불확실하게 본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문제점을 파헤쳐온 김경율 회계사는 “과거 투자금은 실제 발생한 것인 데 반해서 미래 회수 예상액은 희망사항에 가깝다”며 “이명박 정부 때 총회수율이 114%가 넘는다는 주장은 몇개 사업만 따져봐도 터무니없는 수치라는 게 금세 드러난다”고 말했다.

페루 해상 광구인 사비아페루의 총회수예상액도 희망 섞인 전망에 터잡고 있다. 석유공사는 2009년 6억달러(지분 50%·약 6616억원)에 인수한 이 사업을 지난해 초부터 매각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사비아페루에서 2028년 말까지 10억4200만달러 회수를 전망했다. 기름값이 떨어지는 지금 상황에서 팔면, 살 때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광물자원공사가 2008년부터 1조원 넘게 투자한 볼레오 동광사업의 회수예상액(7231억원)도 낙관적 기대이긴 마찬가지다. 본격 생산은 애초 2010년부터 예상됐으나, 지금까지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이 사업에 함께 투자한 민간기업들 중엔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질 수 없다고 판단해 100% 손실(손상차손 인식) 처리한 곳도 있다.

과거 정부에서부터 추진해오던 사업을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사업으로 포함시켜 성과를 부풀린 사례들도 있다. 석유공사가 2010년 9월 인수한 영국 다나사의 회수 예상액(6조1640억원)은 총투자비 5조4650억원보다 많다.

김제남 의원은 “투자비보다 회수액이 많은 비결엔 이미 1996년 투자한 ‘캡틴’을 2011년부터 다나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가 뿌린 씨앗을 이명박 정부가 거둔 성과로 포장한 것이다. 석유공사가 2009년 인수한 하베스트의 경우에도 2023년이면 고갈되기 시작하는데, 개발 중인 블랙골드에서 하베스트보다 더 큰 수익이 나, 총투자비(4조1042억원)보다 많은 5조274억원의 회수액을 예상했다.

하지만 블랙골드는 지난해 일부 매각이 추진되기도 했다.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개발 중인 블랙골드에서 앞으로 하베스트보다 더 큰 수익이 날 거란 전망은 근거가 약하다”며 “기름값 하락 등으로 생산 시기도 늦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크게 보면, 이명박 정부식 자원외교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박근혜 정부 초기의 ‘반성’은 지난해 말부터 ‘방어’로 전환되면서, 해외자원 개발사업들의 경제성도 덩달아 부풀려졌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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