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사전 합의대로 진행”…동부 “무리하고 일방적인 추진” 대립각
산업은행과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실패를 놓고 또다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에 대해 작심한 듯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동부 측은 일방적이고 무리한 구조조정의 결과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홍 회장은 28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동부그룹 구조조정은 합의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동부발전당진·동부인천스틸 패키지 딜이 무산된 것은 동부가 주장한 자산가격이 시장의 평가와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산업은행이 일방적이고 무리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는 동부의 주장과 관련해 “당시 동부와 구조조정 관련해 합의한 문서까지 받았다”며 “일방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회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동부발전당진·동부인천스틸 패키지 딜이 무산된 이후 답보상태에서 나온 터라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동부 측 고위 관계자는 “당시 패키지 딜 매각에 반대 입장을 전달하니, 산업은행이 동부제철 브리지론을 압박해 할 수 없이 수용한 것이지 실제 구조조정은 사전적 구조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 회장이 (동부제철) 브리지론에 대해 동부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주채권은행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날 홍 회장이 발언한 “자산가격이 시장의 평가가격과 큰 차이를 보였다”는 주장에 대해 “동부가 매각하기로 하는 자산과 관련, 특히 패키지 딜을 포함해 포스코 등과 가격 협상을 한 적이 없다”며 “당시 포스코도 패키지 딜에 대해 검토단계에서 그쳤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산업은행이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묶어 팔려고 한 패키지 딜은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포스코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인천공장만 따로 떼어내 중국 기업에 매각할 기회도 놓쳤다.
한편 동부그룹의 자산 매각은 동부발전당진만 지난해 10월 SK가스에 2010억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메탈, 동부하이텍 등의 매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날 홍 회장은 연내 동부하이텍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KDB대우증권, KDB캐피탈, KDB자산운용 등 금융자회사는 국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매각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밝혔다. 또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투자회사는 주주권 등을 활용해 경쟁력과 기업 가치 제고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