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인생2막] 인터스텔라에서 배우는 초저금리 경제학

입력 2015-01-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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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낮게는 1%대까지 진입한 정기예금 금리는 저성장이 지속되면 1%대 금리로 고착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초저금리에서는 자산 축적 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에 자산관리에 직격탄을 날린다.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에서 중력이 큰 곳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터스텔라에서 가르강티아라는 블랙홀 주변에 있는 밀러 행성은 중력이 너무 커서 이 별의 1시간은 지구의 7년과 맞먹는다.

중력을 금리로 보고 시간의 흐름을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에 대응해 보자. 중력이 큰 곳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듯 초저금리에서는 자산의 축적 속도가 늦어진다. 금리가 5%일 때 원금이 두 배 되려면 약 14년이 걸린다. 하지만 금리가 하락해 4%가 되면 18년, 3%일 때는 24년, 그리고 2% 금리에서는 무려 36년이나 걸린다. 1% 금리에서는 70년 걸리고, 0.1% 금리면 693년이 걸린다.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금리가 5%에서 1%포인트씩 하락할 때마다 각각 4년, 6년, 12년, 34년 더 길어진다. 초저금리로 가면 자산축적 속도가 가속적으로 둔화됨을 볼 수 있다. 예금 금리가 0.1% 정도에 불과한 일본은 블랙홀에 빠진 거나 다름없다.

초저금리 중력에 끌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중력을 탈출할 필요가 있다. 인터스텔라 영화에는 블랙홀에 가까워지면서 연료를 집중적으로 사용해 블랙홀에 빠지지 않고 옆으로 탈출하는 장면이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투자라는 연료를 통해 위험을 약간 감수하면서 수익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연료 추진으로 블랙홀에서 탈출해 중력이 약한 별에 머무른다는 의미다.

실제로 초저금리에서 약간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익을 2~3%포인트 더 높일 때의 긍정적인 효과는 커진다. 위에서 든 예는 수익률을 1%포인트씩 낮출 때의 자산증가 속도였지만, 반대로 수익률이 1%포인트씩 높아질 때는 정반대의 효과가 일어난다. 2% 금리에서 수익을 3%포인트 더 올려서 5%로 하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을 36년에서 14년으로 무려 22년이나 단축할 수 있다.

반면에 금리가 4%일 때는 동일하게 3%포인트 수익을 더 올리더라도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8년에서 10년으로 8년 단축할 수 있을 따름이다. 초저금리라는 중력에 끌려들어가기 전에 연료를 더 사용해 이를 살짝 빗겨나 4~5% 금리의 중력을 가진 별로 가는 것이 좋은 전략임을 알 수 있다.

초저금리로 금리형 상품이라는 서식지는 자꾸 황폐화돼 가고 있다. 때문에 노후를 위해 자산을 축적하거나 혹은 축적된 자산에서 금융소득을 얻어 노후를 영위하기 어렵게 되었다. 저축에서 투자로 서식지를 옮겨야 할 때다. 다만 투자라는 서식지로 자산을 옮길 때는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자산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분산과 자산배분, 이 두 가지를 지키자. 적립식으로 투자금을 분산하는 시간의 분산, 주식·채권 등으로 나눠 투자하는 자산군 간의 분산, 해외주식·배당주·가치주처럼 동일 자산군 내에서의 분산, 그리고 특정 국가에 집중하지 않는 지역별 분산이 필요하다. 초저금리 시대에 성공적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자산을 투자와 글로벌이라는 서식지로 옮기면서 더불어 3중, 4중의 분산으로 안전장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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