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은 아직도 다양하지 못하다 [오예린의 어퍼컷]

입력 2015-01-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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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음 아고라 캡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시간' 포스텨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세요.” 9일 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에는 이와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네티즌은 “전체관람가인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영화 상영관이 너무 적어서 볼 수 없다. 대기업 영화에 밀려 좋은 작품을 볼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영화 시간이 조조와 야간시간으로 배치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이 힘들고 상영관 수가 너무 적어 도심의 영화관에서 보는게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는 관객들과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자 SNS를 통해 스크린 수가 부족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개그맨 박휘순, 가수 타블로, 배우 김수미와 진구 등 스타들이 상영회 이벤트를 열며 상영관 확대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12월 17일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배급사 CJ E&M)은 931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했으며, 2014년 12월 31일에 개봉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배급사 리틀빅처스)은 첫 날 205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10일 기준으로 ‘국제시장’은 여전히 928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었지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고작 85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이 같이 대형 배급사 영화가 계열사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통해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공정위가 지난달 22일 “CGV와 롯데시네마는 계열사 및 자사 영화 중 일부 대작에 적정한 기준보다 많은 수의 스크린을 편성했다”고 지적하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한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정위 결과에 대해서 이해가 안가는 내용이 있어서 최종 의결서를 받은 뒤 신중하게 검토해서 대응하겠다”고 했으며 CGV 관계자도 “전체적으로 공정위 조치에 대해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 최종 의결서를 받아보고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수긍이 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의 조치에도 변화된 것은 없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배우 김혜자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온 가족이 보면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영화인데 상영관이 없어서 못 본다는 게 이해가 안 가요.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당연히 이상한 구조다. 좋은 영화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 할 수있게 해주는 것이 극장의 역할인데 극장이 가족영화를 가족들과 보기 힘든 시간에 편성해 놓고 좋은 영화를 볼 소비자의 권리를 빼앗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도 다양성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다양성 영화를 즐기기에 영화관은 아직도 다양하지 못하다. 다양성 영화가 주목받고 있는 이 시류에 힘입어 비정상적인 구조를 점차 개선시켜야 한다. 관객은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조금씩이라도 넓어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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