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미국경제] ‘리메이킹 아메리카’ 먹혔다

입력 2014-12-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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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전면적 체질 개선...글로벌 경제에는 ‘양날의 칼’ 될 수도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이 주춤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국)이 디플레이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미국 경제만 다시 기지개를 켜는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물론 재계는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오만과 탐욕에 빠져 전 세계적인 위기를 이끌었던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기업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개편 등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섰다.

월가는 지난해 말부터 전체 인력의 15%에 달하는 10만여 명에 대한 감원을 추진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구조조정 비용으로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고, 코카콜라는 내년 최대 2000명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코카콜라가 감원에 나선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저렴한 인건비를 좇아 해외로 나가기 바빴던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친기업·친성장 정책을 내세워 기업을 다독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육성만이 미국의 살길이라며,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각종 친기업 정책을 쏟아냈다. 이른바 ‘오바마노믹스’의 골자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회복을 위해서는 제조업이 살아나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와 태양광 소재부품 등 차세대 유망업종에 대한 투자의 30%를 세액공제하고, 제조업의 연구개발(R&D) 관련 세제 지원에만 500억 달러를 배정했다.

또 중소기업의 고용을 장려하기 위해 250억 달러를 투입하고, 해외 공장의 본토 이전 비용의 20%를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09년 이후 제너럴일렉트릭(GE)과 포드 등을 선두로 150여 개 기업이 해외 공장을 본토로 옮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초 GE, 엑손모빌 등 130여 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도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투자 확대를 촉구하고, 규제 완화를 포함해 적극적인 친기업 정책을 펼 것임을 약속하기도 했다.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한 것은, 적자 감소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연방정부의 세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육박했던 미국의 연 재정적자는 지난 9월 마감한 2014회계연도에는 3%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1월 재정적자는 570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58%나 줄었다.

전통적으로 내수 중심의 미국 경제에서 수출 기여도가 높아지는 등 제조업의 부활은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급관리협회(ISM)의 지난 11월 제조업지수는 58.7을 기록해 월가 예상치 57.8을 웃돌았다. 하위 지수인 수출지수는 55로 전월에 비해 3.5포인트 올랐다.

제조업 주도의 전반적인 경제 회복은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이 11년 만에 최고치인 연율 5.0%로 치솟는 결과로 나타났다.

‘셰일혁명’ 역시 미국 경제의 질주를 돕고 있다. 기술 개발과 투자 확대로 셰일유와 가스 생산이 늘면서 미국은 내년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셰일붐’은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힘을 확대하는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오일전쟁을 치를 수 있는 무기가 되고 있다.

오일전쟁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유가 하락은 기업의 비용 감소로 이어져 제조업의 부활을 가속화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부흥도 미국이 살아나는 주요 동력이다.

미국 ICT업계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는 물론 각종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산업의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애플과 구글은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ICT산업의 쌍두마차가 됐다. 실적 호전과 이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각각 위기에 빠진 러시아의 주식시장 전체를 추월했을 정도다.

여기에 마이크소프트(MS)와 페이스북까지 더해 미국은 스마트폰·PC·SNS 등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첨단산업을 호령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나홀로 성장’이 세계 경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수출수요 증가 등 긍정적 측면과 더불어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역풍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금리인상에 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가치 하락과 달러 강세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흔들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특히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내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5%, 2016년은 -3.0%를 각각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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