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세계 중소기업학회 차기회장
3M을 지키게 만든 혁신의 힘은 무엇일까? 113년간 많은 혁신적 발명품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도록 하는 원천은 무엇일까? 기업미션(Mission)에 대한 충실함이다. 미션이란 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3M의 미션은 ‘매일 생활을 개선시키는 회사(improving lives each day)’, ‘풀지 못할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회사(To solve unsolved problems innovatively)’였다. 경영학의 그루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출발은 ‘미션’이며, 기업가는 끊임없이 미션에 충실하도록 재점검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경영자는 늘 기업의 미션을 생각하고 종업원들을 미션에 충실하도록 동기부여해가야 한다.
또 3M은 미션-경영철학-행동원칙의 가치관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경영철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죽이지 않는다(Never again 3M say no to a new product idea)’이며, 10%·30%·15% 룰이라는 행동원칙이 있다.
‘10% 원칙’은 최근 1년 이내에 개발된 신제품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가 되어야 하는 것이며, ‘30% 원칙’은 총 매출의 30%를 최근 4년 이내에 출시한 신제품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이며, 15%원칙은 연구원들이 업무 시간의 15%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창의적 아이디어와 신상품·신기술을 연구하는 데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다. 그 결과 혁신-신제품-매출-개발의 선순환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15%의 원칙은 1949년부터 1966년까지 회장으로 재직한 윌리엄 맥나이트(William L. McKnight)에 의해 시작되고 완성되었다. 맥나이트 회장은 기업의 창조미션은 결국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혁신과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연구원들은 근무시간의 15%를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을 위해 상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나름대로 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하였다. 창조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아이디어 개발의 효율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3M은 이를 ‘맥나이트 원칙(McKnight Principles)’이라 부르며 3M 특유의 창의적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기업행동 원칙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3M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죽이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은 자유로운 연구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수를 용인하고 책임을 묻지 않아야 신나게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계속 나올 수 있다. 연구 실패도 중요한 기업자산이 되었다. 대표 상품인 포스트잇도 실패의 산물이다. 접착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너무 쉽게 떨어지는 실패의 결과물을 폐기처분하지 않고 6년 뒤 잘 떨어지는 메모지포스티잇을 출시했다. 포스트잇은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제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3M은 경영철학으로 무장된 종업원들이 새로운 시장기회 도전으로 동기부여되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고객의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일관성있게 ‘미션-경영철학-기업행동원칙’을 설정하고 철저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 3M 113년 장수의 힘이 되고 있다. 전략은 범용품(commodity)이고 실천은 예술(art)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실천의 철저함이 중요하다. 예술같은 실천을 위해서는 미션에 대한 절실함과 철저함이 있어야 한다.
최근 대한항공과 같은 재벌 3, 4세들의 일탈을 보면서 과연 기업의 존재 이유인 미션에 대한 인식이 있는지 질문하고 싶다. 하다 못해 ‘존재의 이유’라는 노래라도 불러보면서 드러커의 미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철학이 없는 행동은 흉기이고, 행동이 없는 철학은 가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