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리턴’ 조현아, 후계구도 리셋

입력 2014-12-12 11:17수정 2014-12-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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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인 경복궁 호텔 무산 위기…후계 경영평가 다시 원점으로

▲작년 12월11일 서울 중구 대한항공에서 열린 '대한항공이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의 맛과 건강-신규 한식 런칭' 행사에서 조현아 부사장이 새 기내식을 맛보는 모습. (뉴시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소위 ‘땅콩리턴’ 사건으로 그룹 내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조 부사장이 주도했던 호텔사업이 타격을 입을 경우 조 부사장 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진행중인 경영정상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더구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동안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장녀인 조 부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호텔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힘을 실어주던 터였다.

일단 여론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태라 대한항공의 숙원 사업인 경복궁 옆 특급호텔 사업은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국토교통부와 검찰 수사도 발등의 불이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조 부사장을 직접 소환 조사한다. 당초 대한항공은 조 부사장의 출두에 난색을 보였지만 검찰이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자 직접 출두키로 했다.

여기에 국내 여론은 물론이고 외신들도 잇따라 조 부사장의 처신을 비판하고 나선데 이어, 뉴욕한인학부모협회와 퀸즈한인회는 오는 12일 뉴욕 퀸즈 플러싱 머레이힐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 불매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 회장은 “교포들은 고국과의 연결고리라는 차원에서 한국 국적기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땅콩리턴’ 사건은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교포를 무시한 사건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사건 초기 별 것 아닌 일처럼 여겼던 안이한 대처가 눈덩이처럼 사건을 키워버린 형국이다. 최대 위기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조 부사장은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겸하면서 대한항공의 호텔레저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3조5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S-OIL 지분 매각 등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다하면서도 조 부사장의 호텔사업에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했다.

대한항공 호텔사업의 핵심은 총 73층 규모의 LA월셔그랜드호텔이다. 12억달러 (약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대한항공은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 242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73억원에 비해 흑자로 돌아서기는 했다. 하지만 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3400억원이 넘는 상황이다. 차입금 규모가 워낙 커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준이 안되는 상태다. 특히 그룹 내 해운ㆍ항공 등 업종구성이 단순해 단일 산업의 업황에 그룹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어 신성장동력으로 호텔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런 상황에서 ‘땅콩리턴’사건이 발생하면서 조양호 회장이 재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조 부사장을 경영 보폭을 넓혀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조원태 부사장이 대한항공을, 조 부사장이 호텔사업을, 조현민 전무가 저가항공사업을 담당하는 구조 속에서 경영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한진그룹의 후계구도 경쟁에서 조 부사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분위기가 대한항공에 비우호적으로 돌아가면서 경복궁 옆 호텔 사업 허가를 받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호텔사업 자체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자금 여력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 대한항공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희진기자heej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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