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배당 논란]“대손충당금+준비금 늘려라” 금융당국 고배당 ‘억제책’ 유명무실

은행 배당규모 절반으로 감소했지만 올 하반기 들어 다시 확대추세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은행들이 지난 4년 동안 외국인 주주들에게 3조원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거둔 이익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은행의 순이익은 모두 합쳐도 삼성전자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배당금은 삼성전자와 맞먹는 규모다.

이처럼 은행들의 고배당 잔치에 금융당국의 고배당 억제장치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 은행권 고배당 논란이 확산된 후 이를 억제하려는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011년 금융당국은 과도한 배당을 억제하기 위해 내부 유보를 늘리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또 배당을 많이 할 수 없게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더 쌓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이 새로 도입되면서 대손충당금은 이전 회계기준을 적용할 때보다 줄어들게 됐다. 기존 대손충당금이 예상 손실의 개념이 강했다면 새 기준은 현재 발생 손실 개념에 더 치중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기존 건전성 관리 수준이 약화되지 않도록 비용 계정으로 처리되는 대손충당금과 별도로 이익잉여금 계정 아래에 대손준비금 항목을 새로 만들어 기존보다 줄어든 대손비용 차액만큼을 쌓도록 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생긴 순이익으로 배당이나 상여금 등의 형태로 사외로 유출시키지 않고 사내에 유보한 부분이다.

이러한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의 적립 기준의 상향은 배당으로 돌아갈 몫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 정책에 따라 은행의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 합산 잔액이 약 3%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배당금 지급 여력은 줄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배당 규모는 2011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 은행권은 배당의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정부 지분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10%가 넘는 배당성향을 보였다.

금융권에서는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배당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고액 배당을 견제하기 위해 단기적 제제 방안에만 급급한다면 투자를 기피하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자기자본비율과 같은 건전성 지표를 감시하는 등 일관된 정책을 펴야 투자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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