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금융인 릴레이 인터뷰]“여성들이 제 역할 못 한다고?… 자리 주고 시켜봐라!”

입력 2014-12-03 10:11수정 2015-06-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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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옥 KB국민은행 강서지역본부장

“일선 영업지점장 시절부터 ‘반 점쟁이’였어요. 지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들의 나이, 성별, 차림새, 표정 등을 보면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바로 답이 나왔죠.”

박순옥 KB국민은행 강서지역본부장은 말단 행원에서부터 10년 베테랑 영업지점장이 될 때까지 수많은 고객을 대했다. 그는 방문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순옥 KB국민은행 강서지역본부장이 28일 서울 신정동 국민은행 강서지역본부에서 이투데이와 ‘여성 금융인 릴레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사람 전문가 = 2012년 경기남지역본부장을 맡아 수도권지역본부 1위, 2013년 강서지역본부를 서울지역본부 1위로 끌어올린 바탕에는 고객과 후배들의 마음을 읽는 ‘사람 전문가’로서의 그의 능력이 있다. 지난해 초 강서지역본부장으로 왔을 때만 해도 직원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실적이나 성과를 내기 힘든 곳이라는 패배감이 깔려 있었다. 강서지역은 하위 10위권에 항상 포함된 지역이었다.

박 본부장은 “환경 탓을 많이 했다. 직원 대부분은 해도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만년 하위권 지역을 서울지역본부 1위로 끌어올린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력이다.

박 본부장은 “사람 간의 갈등과 소통이 안 되는 것이 발전의 걸림돌”이라면서 “상대를 모르면 능력을 인정해 주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정받으면 직원들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선생님께 ‘잘했다’는 사인 한 번 받으려고 하는 게 동기가 되는 것처럼 동기 부여가 되게끔 인정해 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격려 한 마디에 강서지역은 꼴찌에서 1등으로 탈바꿈했다. 올해도 지금까지 상위권에 속해 있다. 그는 “올해도 남은 기간 잘해내면 1등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박 본부장은 “직원들이 능력이 없어 성과가 안 나오는 게 아니라 동기부여가 안 되기 때문”이라며 “카톡, 이메일, 메신저, 손편지 등 직원들과 대화하는 거의 모든 방법을 다 썼다”고 전했다. 그는 1등이 되기까지 묻혀 있던 직원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게 쾌감이라고 했다.

◇“자발적으로 해라”= 박 본부장이 직원들을 깊이 이해하는 만큼 강조하는 것이 자발적 성취다. 10년차 점포장이 됐을 때 그는 이미 신규 점포장들 사이에 존경의 대상이었다. 점포장들은 그에게 ‘어떻게 10년이나 점포장을 하셨느냐’며 감탄했다.

박 본부장은 “진이 빠진다고 해야 맞겠다”며 “실적에 대한 압박부터 부하직원들 핸들링까지 사소한 하나하나가 모두 스트레스”라고 했다. 이어 “금융권의 연봉이 많다고 말하지만 그만큼 시달린다. 그러나 극복해야 한다. 본인이 안 해도 하겠다고 하는 이들이 줄을 섰다”고 덧붙였다.

결코 쉽지 않은 은행권 업무를 잘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발성이 요구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자발적으로 누려야 한다. 항상 그런다. ‘일하기 싫으면 손 털고 집에 가라’고 한다. ‘누가 나오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후배들을 독려한다. 취업 못한 학생들과 구직자들이 많은 세상에서 좋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 자체로도 감사할 일이 아닌가.”

그는 즐기라고 한다. 목표라는 게 숫자가 아니라 채워 나가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한다. 100%의 목표가 주어지면 ‘저걸 어떻게…’라고 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100%을 채울까’ 하며 마음을 다잡고 계획하고 실행하면 그만이라고 조언했다.

◇도약의 열망과 한계 = 당당히 여성 임원에 올랐지만 아쉬움도 있다. 실질적 임원에 대한 열망이다. 박 본부장은 “물론 내 자리가 임원은 맞다”면서도 “완전한 임원의 성격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역본부장을 넘어 본점 부행장 자리까지 해야 진짜 임원이 된다는 게 그의 목표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사회적 공감대도 중요하다. 그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고위직 부여가 넉넉하지 않은 한계점이 있다”며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나도 자신을 더욱 성장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본부장은 사회적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회적으로 ‘여성들은 대상자가 없다’라고 예단하는 것이 문제다. 제 역할을 못할 것으로 미리 평가한다. 이에 여성들은 한마음으로 ‘우리가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 정치권에 이에 대한 건의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간 여성들에게 기회가 적었다는 그는 “여자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다. 자리를 주면 잡음 없이 해낸다. 점포장 발령이 났을 때도 주변의 걱정을 깨고 최고의 점포로 만들어냈다. 여성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여성에게도 고위직에 대한 기회가 폭넓게 주어지면 좋겠다. 아직도 여성 숫자가 적다. 내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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