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거래를 금지하고 처벌을 강화한 개정 금융실명제 법이 시행된 지난달 29일 이후 첫 영업일을 맞은 1일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의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다. 지난 5월부터 법 시행이 예고된 만큼 차명계좌를 정리할 필요가 있는 자산가들은 이미 처분을 끝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중구 지역의 한 시중은행 PB(자산관리사·Private Banker)는 "차명계좌로 자산을 관리하던 고객들이 금융실명법 시행 예고일부터 꾸준히 정리를 해 시행일 전까지 자산 분배를 마친 것 같다"며 "우려했던 것과 달리 큰 혼란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리에 나선 자산가들은 법적 예외조항을 최대한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명의로 된 예금 부분에서 증여세 또는 면세 한도내에서 명의 이전은 문제가 없다. 배우자는 10년안에 6억원까지 인정하며 자녀는 5000만원, 부모 3000만원, 미성년 자녀에게는 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세금 우대를 위해 한 계좌 증설의 경우 만기가 되면 다시 원 소유주에게 돌려놓겠다는 취지로 개설한 경우 예외로 인정한다. 당분간 법 적용이 관대하다 차후에는 헛점 개선 위주로 개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울 강서 지역의 한 PB는 "가족거래로 차명계좌를 둔 고객들은 대부분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상거래 형태로 옮기는 게 맞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법 적용에 모호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따라 금융사 창구 현장에서는 혼란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생계형 차명'도 처벌받는지를 두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생계형 저축 등 세금우대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차명으로 분산 예금한 경우 불법에 해당하지만 실제 금융당국이 이를 처벌할지도 불확실하다. 자녀 명의의 차명계좌도 거래목적을 세세히 알기 어려운 만큼 증여세 면세 한도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일괄적으로 처벌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
동창회, 계, 부녀회는 상당히 논란이 됐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미성년 자녀. 문중 교회 등 단체의 자금관리도 합법이다. 반면 채권자의 강제집행 회피용 차명계좌와 금융소득종합과세 회피의 목적은 불법이다. 세금우대 금융상품의 한도분산용 차명계좌도 허용되지 않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법적 해석이 다양하게 생길 수 있는 헛점이 많다"면서 "차명계좌를 만들어 놓고 동창회나 계라고 신고하는 등의 상당한 분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앞으로 법이 더 강화되는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며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정리를 끝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