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1%대 기준금리 가나…엇갈린 전문가들
1%대 금리인하 주장에 불을 지핀 것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다. KDI는 최근 한국도 일본과 유사한 형태의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적 금리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현재 명목 정책금리가 2.0%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물가도 사상 최저 수준이므로 실질금리는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라면서 “현 상황에서도 금리를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고 좀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도 “내년에 정책금리는 1%대,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하로 낮출 여지가 있다”며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시장에 명확히 전달해 경제 주체들의 수요 확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두차례의 금리인하에도 실물은커녕 심리조차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금리인하는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는 무용론도 거세다.
우선 추가 금리인하가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인하가 펌프 물을 퍼 올릴 때 필요한 한 바가지의 물인 마중물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이 구조개혁, 규제완화 등을 위한 성장동력인 ‘모터’가 고장 난 상황에서는 마중물만 부으면 오히려 자본이 비효율적인 부분으로 흘러들어 가게 할 뿐이다”며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제시했던 성장 정책들이 제대로 실천이 안 되고 있는데 통화정책을 건드리려고 하기보다 성장담론을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경기회복이 더딘 것은 가계부채, 청년실업, 기업구조조정 등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지 재정·통화정책이 덜 완화적이이서가 아니다”며 “큰 이변이 없다면 상당기간 금리는 동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국내 현실을 고려해 볼 때 1%대 금리 수준은 무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처럼 비기축통화국이자 소규모 개방국가에서 1%대 금리 수준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며 “자본유출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금리수준을 가지고 있어야 유의미한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위원은 “국가부도의 위험도를 보여주는 CDS프리미엄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를 대략 최대 1%까지 낮출 수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4번밖에 안 남았다”며 “내년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금리인하 여력을 너무 빨리 써버려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106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과 내년 중후반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개시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자본유출 우려 등도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