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가 방한해 각 나라 역사에 대한 관심부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 3월 서울 동대문운동장을 헐어낸 자리에 지어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문을 열자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장소의 역사성을 무시한 흉물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DDP는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이라크 출신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물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유명 건축가를 데려와 건물을 디자인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는 가운데 DDP처럼 일부 건축물은 한국의 문화적·지역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건물이라는 비판도 종종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70·사진)는 “외국 건축가 탓이라거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게 아니라 그 국가 내에서 전통과 현대 간에 갈등이 존재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2000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고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건축계의 거장이다. 또 국내에서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동교육문화센터, 서울대 미술관 등을 설계한 바 있다.
렘 쿨하스는 지난 26일 DDP에서 개최된 간담회에서 “일반화된 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에는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전통적인 삶의 방식 하나였다면 이제는 많은 변화를 통해 전세계가 생활방식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건축이라는 것 자체도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직업 자체가 변했기 때문에 여기에 기초해서 나올 수 있는 평판, 명성도 같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 교육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지식이 굉장히 도움이 됐다”면서 “역사적인 지식이 있기 때문에 현상을 맥락화하는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교육에 있어 역사가 관심을 덜 받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역사는 먼 과거의 역사뿐 아니라 현대의 역사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