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통해 3천억 우선주 발행 총력전
현대그룹이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을 통해 현대건설 인수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6월 4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데 이어 상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3000억원의 실탄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현대건설을 놓고 벌이게 될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그룹간 인수전이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6월 4200억원 이어 3000억원 유상증자 나서
16일 금융감독원 및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목적으로 30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를 발행키로 결의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상환우선주는 총 2천만주 규모로 발행가격은 1만5000원이며 방식은 우리사주조합 청약(11월 6~7일) 이후 기존 주주들이 청약하게 되며(11월 27~28일), 실권주가 발생하면 이사회 결의(12월 1일 예정)를 거쳐 제 3자에게 배정하게 된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내세워 현대건설 인수에 뛰어드는 것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택배, 현대아산 등 전 계열사 중 그룹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인수과정에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그룹과 비교할 때 현대그룹의 당장의 관건은 자금문제였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매각한 현대건설 지분은 총 50.35%로 매각자금은 6조~7조원에 달한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6월에도 4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인수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현대건설 인수전의 잠재적 경쟁사로부터 돈을 마련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 현대상선 지분은 현대그룹이 우호세력을 합해 약 41%를 갖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그룹이 25.48%, KCC가 5.98%를 소유하고 있다.
◆ 현대건설 인수 못할 땐 현대상선 경영권 위기 의식도 한 몫
현대상선이 이번 유상증자를 완료하면 상반기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합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현대그룹이 이처럼 현대건설 인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으로 핵분열하기 전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이어갈 수 있다. 현대건설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일구면서 모태가 됐던 기업. 현대그룹의 적통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만일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못하면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증권의 경영권이 또다시 위협받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지분 8.3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4월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 그룹에서 현대상선 주식을 사들이며 적대적 인수합병(M&A) 논란을 일으켰다. KCC를 현대중공업그룹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하면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지분은 31.38%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상선에 대한 현대그룹과의 지분 격차를 1%P차로 좁히게 되는 것이다.
◆ ‘실탄’ 외에 출총제 적용, 구사주 문제 등도 변수될 듯
하반기 최대 매물인 현대건설 인수전은 이달중 매각주간사가 선정되면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전에는 ‘실탄’ 외에도 지난 8월 말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의 발언으로 불거진 ‘구사주’ 문제, 현대그룹의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옛 사주 문제’란 현대건설 과거 사주(고 정주영, 고 정몽헌 회장)의 경영권을 승계한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의 인수전 참여 자격을 둘러싼 논란을 말한다. 산업은행 김 총재가 지난 8월 말 “현대건설 매각을 진행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구사주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특히 이번 인수전이 서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家)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옛 사주 문제는 현대건설 매각 작업의 최대변수로 급부상했다.
또 현대그룹은 출자총액제한제(이하 출총제)에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애써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도 출총제로 인해 현대건설에 대한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의 출자가능 규모가 대폭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측은 외국자본이 10% 이상을 투자한 기업은 외국인투자법인으로 분류돼 출자총액제한제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외국계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