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확대, 합병무산…증시 큰 손 국민연금이 움직인다

입력 2014-11-19 20:19수정 2014-11-1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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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에 맞춰 적극 행보…"단순한 재무적투자자 역할에 머물지 않을 것"

국민연금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확대는 물론 기업간 인수합병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확대하자 투자업계와 재계가 국민연금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19일 삼성중공업은 공시를 통해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흡수합병 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 주요 주주가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넘어서면서 '합병 무산'을 결정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의 합병과 인수 등 주요 결정사항에 반대해 주요 주주가 소유주식의 ‘공정가격 매수’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국민연금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요 주주다. 앞서 양사의 합병 발표 때부터 반대입장을 밝혔던 만큼 당초부터 양사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우려도 존재했었다.

국민연금은 또한 재계 주요기업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연금 지급 시대에 앞서 시간이 갈수록 연금은 쌓이기 마련. 이를 바탕으로 향후 본격적인 연금 지급시대를 위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모색해 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국민연금이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않다. 현재 전체 상장사의 투자규모의 6~7%가 국민연금의 몫이다. 그만큼 재계에 보이지 않는 큰 손으로 여겨지고 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의 7.7%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차(7.6%)와 SK하이닉스(9.3%), 포스코(7.5%), LG화학 (9.1%), KB금융지주(10.0%) 등 코스피 시장의 주요대장주의 지분을 쥐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지분보다 국민연금 보유분이 더 많은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투자업계에서 존재감이 드러내지 않았다.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임에도 시장에서 요구했던 역할론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재무적투자자라는 한계도 존재했다. 나아가 관련법규도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행보에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최근 총리실을 시작으로 연기금의 역할론이 확대됐다. 이를 시작으로 연기금 배당과 관련한 제약 요인을 해소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11월 안에 법제처와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령이 공표될 예정이다.

주주권 행사제약 요소가 사라지면 국민연금은 금융투자업계에서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기업에 배당 강화를 요청하거나 주주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여력이 추가로 더해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금의 이동도 점쳐진다. 정부 정책에 따라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수익성을 추구하게되면 배당이 큰 종목으로 자금 일부가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다 효율적인 기금운용을 위해 자산운용 전문가도 모집 중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전략실 관계자는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단순하게 재무적투자자 역할에 머무르지는 않게 된다”며 “연금이라는 특성에 맞춰 점진적으로 수익 확대를 위한 행보도 시작됐고 이를 위해 최근 자산운용 전문가 채용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약 6% 규모를 차지하고 있지만 배당성향은 OECD 국가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확보를 위해 다양한 구상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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