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총리는 지난 5일 “한국이 저성장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덫’이라는 단어를 통해 위기에 대한 경계심을 환기시켰다.
그는 앞서 경제수장들이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 하는 디플레이션이란 단어를 써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8월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파장이 커지자 한달 후에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그러나 이미 시장의 장기 경제시계는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진 후였다.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취임 직후에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화두로 제시해 여론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기도 했다.
반면 이 총재는 최 부총리가 촉발시킨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경계하겠지만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지나친 불안감 조성을 진화하는 데 나섰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도 최근 고조되고 있는 엔저와 수출에 대한 우려에 ‘선긋기’를 했다. 엔저는 동시에 나타나는 강달러로 그 영향이 상쇄되면서 다른 나라와의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지지 않을 것이고, 수출도 미국의 경기 회복세 등으로 견조한 흐름이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수장의 화법이 대조되는 것은 경력과 정책목표가 다른 것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정통관료와 달리 정치인으로서 오랜 기간 지낸 바 있어 소위 ‘섹시한 표현’으로 여론의 이목을 끄는 것이 습관으로 배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가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해 오히려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이와 달리 ‘한은맨’인 이 총재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최대 정책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안정모드를 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