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배당주로 꼽히는 은행들이 정부의 배당 압박과 자본적정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젔다. 정부의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방침에 따르자니 BIS비율이 낮아지고, BIS비율을 지키자니 당국 눈치와 주주들 원성이 불보듯 뻔하다.
6일 금융권 및 투자은행(IB)업계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세수 마련을 위해 기업은행(2014 결산분)에 대해 5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두배 규모다. 이에 전일 기업은행 주가는 장중 8% 가까이 급등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등 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이려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곧바로 “배당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며“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BIS비율을 감안하면 배당 확대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3분기 기준 기업은행의 12.25%에 불과하다. 바젤III 기준인 10.5%는 넘고 있지만 당국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14%에는 한참 못미친다.
타 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당국의 권고 기준인 BIS비율 14%를 넘는 곳은 우리은행(16.2%), 국민은행(15.96%),부산은행(14.72%) 뿐이다. 비교적 안정적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신한은행도 13.3%를 기록하고 있고 대구은행(13.26%), 하나은행(12.6%) 등도 낮다. 위험가중자산 늘고 수익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정부 시책 맞춰 배당을 늘리겠다고 말한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일단 은행들은 자본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BIS비율을 높여 정부의 배당정책에 부응하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코코본드 발행이 늘은 것도 이런 이유다. 실제 지난 3일 기업은행은 8000억원의 코코본드 발행했다. 이번 발행으로 기업은행은 BIS비율이 0.56%가량 오른 12.81%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지주와의 합병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다음달 초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최직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방침에 따라 은행들이 배당을 늘릴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의미 있는 배당성향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