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엘리의 톡톡톡] 카드사 고객정보 무단조회, 누구의 잘못일까

입력 2014-11-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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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엘리 금융시장부 기자

롯데카드를 포함해 5개 신용카드사가 자사의 신용카드 모집인에게 고객의 카드 이용 실적을 들여다보도록 한 것이 금융당국에 적발됐습니다.

올 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현재는 모집인들이 카드사 전산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경로가 차단됐지만 그 전까지 자신이 모집한 회원의 이용 실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모집인들이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조회했던 이유는 모집인들의 수당 체계와 관련이 깊습니다.

카드 모집인들의 수당 체계는 발급 수당과 이용 수당 두 가지로 나뉩니다. 여기서 발급 수당은 비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들이 카드를 만들면서 경품을 요구하기 때문에 발급 수당은 거의 고객에게 돌려주는 데 쓰인다고 합니다.

현행 규정에는 제공하는 경품 금액이 연회비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모집인들은 수당을 위해 한 사람이라도 더 가입시키고자 출혈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카드이용 수당입니다. 모집인들은 모집한 카드가 3개월 이상, 일정금액 이상 쓰여야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 신규 회원이 10만원씩 3개월을 사용했다면 모집인은 한 달에 만원씩, 총 3번에 걸쳐 수당을 받게 됩니다. 이용 수당이 결국 월 급여를 좌우하기 때문에 모집인들은 이용률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이용 수당을 받지 못하면 발급 수당만 받게 돼 교통비 등을 제하고 손에 쥘 수 있는 급여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올 초까지 모집인들은 회원 이름과 신용카드 이용금액을 볼 수 있었는데요. 회원이 어디에서 카드를 긁었는지까지는 볼 수 없고 카드 이용실적이 월 10만원 이상이면 ‘Y’, 10만원 미만이면 ‘N’이라고 표시된 회원 이용실적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모집인은 10만원 미만 이용 고객에게 전화를 해서 카드를 더 써달라고 사정도 했을 것입니다. 고객의 스트레스는 상당했겠죠.

카드 모집인이 고객의 이용 실적을 무단 조회하도록 놔둔 것은 카드사의 명백한 잘못입니다. 모집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카드사들이 본사에서 교육을 할 때 고객들이 사용을 하지 않으면 수당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더욱 부추겼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금융당국도 일조를 했습니다. 지난 2012년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모집인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유지수당 개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발급 수당만을 노린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지만 죄의식 없는 무분별한 개인정보 조회의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카드 모집인들은 이 순간에도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신규 회원 유치가 곧 카드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제재에 그치지 말고 관행적 영업 행태 개선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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