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은행 ECB 평가 ‘낙제’로 가장 많아…금융당국 반발 “이탈리아에만 너무 가혹”
유럽 내 130개 은행 중 25개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에서 낙제한 가운데 이탈리아의 9개 은행의 자본상태가 기준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번 결과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 이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가던 이탈리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CB는 이날 130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 심사(지난해 말 회계 기준) 결과 25개 은행이 자본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250억 유로(약 33조4620억원)에 달하는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중 12개 은행은 올 들어 자산매각 등을 통해 150억 유로의 자본을 조성해 재무건전성을 높였으나 13곳은 여전히 기준 미달로 이들이 메워야 하는 자본이 100억 유로에 달한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많은 낙제은행을 배출한 국가는 이탈리아로 집계됐다. 이탈리아는 9개 은행이 기준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탈리아의 몬테데이파스치디시에나은행(MPS)은 21억 유로 규모의 자본 구멍으로 재무건전성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ECB가 자국 9곳의 은행에 대해 낙제점을 주자 이탈리아 은행당국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스트레스테스트 기준이 이탈리아 은행에만 비현실적으로 가혹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이번 평가에서 기술적 낙제점을 받은 은행이 1곳에 불과,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한때 이탈리아와 함께 유로존 뇌관이라 불렸던 스페인도 낙제 은행이 한 곳도 없었다. 반면 이탈리아 MPS는 인수제안을 받은 이후 씨티그룹과 UBS로부터 재정 자문을 받았으나 이번 스트레스테스트에서 가장 큰 낙제점수를 받았다.
낙제 은행들은 2주 안에 증자 계획안을 제출하고 앞으로 9개월 내에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만약 이들 은행이 재정건전성 회복에 실패한다면 금융당국의 경영 개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