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 미래산업부 차장
이통사들은 입을 모아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 나은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라며 서비스 개편에 대한 이유를 들지만 사실상 와닿지가 않는다.
오히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과 정부의 압박에 떠밀려 내놓은 미봉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유는 뭘까.
우선 단통법 시행 이후 이들이 쏟아내는 보조금 규모가 예상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버린 상황을 이통3사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비판적 여론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다급하게 이동통신 3사와 휴대폰 제조사 CEO들을 불러모아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 법을 이용한다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한몫했을 것 같다.
실제 이통사들이 내놓은 대안들을 살펴보자.
우선 SK텔레콤은 1996년 도입된 가입비를 업계 최초로 전면 폐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1만1880원(VAT포함)의 가입비를 11월부터 폐지, 약 920억원의 통신비가 경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SK텔레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 8월 50% 인하에 이어 3개월 만에 폐지안을 내놓은 것이지만 사실상 오프라인 유통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번호이동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가입비는 물론 유심칩 비용마저 면제해줬던 게 현실이다. 이통업계도 이는 “통제가 불가능했다”며 부인하지 못한다.
920억원의 효과가 있으려면 면제된 가입비 1만1880원에 한 달 신규가입자 65만명 곱하기 12개월을 하면 나오는 금액인데, 상당수가 번호이동 가입자라는 점이다.
물론 KT가 선보인 ‘2년 약정 폐지’안은 그동안 고객들이 느꼈던 24개월이라는 부담과 그에 따른 위약금을 해결해 준 셈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단통법이 이미 시행된 상황에서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2년 약정이 필수 사항으로 이 안은 의미가 없다.
LG유플러스가 내놓은 ‘아이폰5 고객의 아이폰6 공짜 구매하기’ 방안도 얼핏보면 그럴듯 해보이지만 사실상 조삼모사 격이다. 회사측 방침은 ‘아이폰5 중고값+아이폰6 18개월 뒤 중고값’을 미리 보상해주겠다는 것인데 아이폰6를 18개월 뒤에 반납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어 결국 고객이 중고 아이폰5와 아이폰6를 팔아서 남길 수 있는 금액을 포기하고 받을 수 있는 혜택(?)인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작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말이 나올수 밖에 없었던 주 원인인 보조금은 단통법 시행 4주 차인 지금도 크게 변화는 없다.
결국 이통사가 정부의 압박,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고 이익을 고객과 함께 나눈다는 의지를 공감시키기 위해서는 ‘머리’를 쓰기보다는 ‘역지사지’에 초점을 맞춰봐야 할 것 같다. 고객은 이통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머리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