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과 드라마의 시즌제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시즌제에 대한 선호도는 과거부터 방송가를 중심으로 존재했지만 시청률 부진과 제작여건상 힘들어 예능 프로그램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장기 방송한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없이 시즌 숫자만 붙이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선보인 tvN ‘꽃보다 청춘’ 등으로 입증된 인기로 인해 시즌제가 본격화했다. 나영석 PD의 ‘꽃보다’ 시리즈는 브랜드화에 성공하며 킬러 콘텐츠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고, 신원호 PD의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케이블채널 사상 최초로 10%(닐슨코리아 기준)를 넘어서며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었다.
한때 리얼버라이어티와 함께 예능계 대세 포맷으로 떠올랐던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시즌제로 제작돼 신선함과 정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Mnet ‘슈퍼스타K’는 현재 시즌6가 방송되고 있으며 매년 새 시즌을 통해 정형화된 포맷이 가진 한계를 돌파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예능 트렌드 속에서 ‘슈퍼스타K’는 시즌제를 통해 포맷 유지와 신선함 형식 제공을 동시에 이루고 있다. SBS ‘K팝스타’ 역시 시즌제 제작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JTBC ‘히든싱어’도 막강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K팝스타’ 박성훈 PD는 11월 말 첫 방송을 앞둔 시즌4에 대해 “몸을 추스르고 심기일전하고 있다. 모든 시즌에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시즌4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스토리를 만들어야한다”고 밝혔다. ‘히든싱어’ 측은 시즌3 출범 당시 “시즌2가 끝나고 1년 간 준비했다. 오랜 시간 모창 능력자들을 모아 트레이닝하며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즌제 프로그램의 최대 강점은 일정 시간이 보장돼 기획에 있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즌제를 정착시키며 장수 프로그램으로 확립한 SBS ‘정글의 법칙’ 측은 “미국의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 등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시즌제로 제작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매주 신선한 아이템으로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기획, 단점 보완에 있어 여유를 확보할 있다는 점이 시즌제 출범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재석이 MC를 맡은 KBS 2TV ‘나는 남자다’는 최근 총 20회의 시즌제 방송을 결정했다. KBS 측은 “기획 단계부터 탄탄한 사전 준비를 통해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정규 프로그램의 단점인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SBS ‘달콤한 나의 도시’ ‘에코빌리지-즐거운 가’ 역시 시즌제를 적극 검토 중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 측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출연자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시즌제가 꼭 필요했다. 출연자 섭외 등으로 오랜 제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며 시즌제 선택 이유를 밝혔다.
김진호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의 경우 미국과 달리 드라마보다 예능에서 시즌제가 정립되고 있지만 이 같은 추세는 장르를 불문하고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다. 시즌제는 살인적인 제작 환경에서 콘텐츠의 질을 훼손하지 않고 여유라는 단비를 내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