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 재무상태도 고려해 이뤄지는 것"…40%배상책임 인정
주식투자자들이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승소했다. 회계법인은 감사를 맡은 지 9년이나 지난 후 불의의 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최근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에 대해 책임을 무겁게 묻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회계법인들도 리스크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박형준 부장판사)는 최근 ㈜트라이콤 투자자 김모(54)씨 등 43명이 삼경회계법인과 미래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회계법인은 손해액의 40%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원고들은 1인당 22만2000~790만2000원의 배상을 받게 된다.
삼경회계법인은 2005년, 미래회계법인은 2007년 회계연도에 트라이콤의 회계감사업무를 맡아 ‘사업보고서가 적정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2009년 회사가 분식회계를 해 온 사실이 드러나고, 대표이사가 수백억원의 대출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이어지며 주식이 상장폐지됐다. 김씨 등은 “트라이콤이 2005~2007년 당기순손실과 영업순손실이 발생했지만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사업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는데 회계법인이 부실감사를 했다”며 2011년 11월 소송을 냈다. 피고 측은 “트라이콤 주식은 2009년 횡령사건 등으로 인해 상장폐지된 것으로 투자손해는 감사결과와 관련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투자자는 사업보고서 등을 기초로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의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계법인은 스스로 감사보고서 부실 기재를 바로잡지 않는 한 회사의 분식회계 사실이 공표되기 전까지 부실기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