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유치원교육 첫 사교육화의 방증

입력 2014-10-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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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교보증권 홍보팀 대리

얼마 전 추석 연휴 때 인천가는 급행 전철을 타는데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옆에 앉았다. 부부는 진지하게 6살 딸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낼까? 일반유치원에 보낼까? 하는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듣기 싫었지만 나 또한 자녀가 있는지라 교육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오래전부터 영어교육은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 입장에서 가장 중시하는 교육의 하나일 것이다. 과거 중학교 1학년 때 ABC부터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유치원까지 내려와 있다. 영어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더욱 진화됐고 그 대상도 젊어졌다.

과거에는 교과서만 보고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마스터해도 부모들은 뒤처진다고 극성이다. 특히 영어의 시작은 언어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것이므로 많은 시간도 들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또한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시킨다는 건 전(錢)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아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만 열심히 하고 가정에 무관심한 아빠에, 교육에 관심있는 엄마에, 돈 많은 할아버지가 있어야 한다고 떠들어 댄다. 우습기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아이들 교육 문제가 화두였다. 다들 영어유치원을 보내느니, 체험유치원을 보내느니 시끄러웠다. 월 실질 가계소득은 늘어나지 않는 반면 고급 유치원 비용이 150만원을 훌쩍 넘는 현실에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였다. 집 앞 일반유치원에 보내고 싶어도 그냥 갈 수 없었다. 추첨을 통해 좌우되고, 탈락하면 다른 유치원으로 응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들의 고통은 이만저만 아니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교육이라는 큰 장벽 앞에 몸부림치고 있다.

나는 사교육의 시작이 유치원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고급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부모는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하고, 아이는 다른 재능을 발전시키기보다 영어학습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과연 이 모습들이 가족을 더 화목하게 만들고, 아이를 최고로 키울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일까? 아이에게 자아 확립이 되고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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