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빨 통하지 않았다”⋯빅테크 6억달러 공세에도 역부족 [美 중간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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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표심 핵심 변수
고물가ㆍ이란 전쟁 반감까지 겹쳐

▲9월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에 관해 기술 기업 임원들과 회의를 마친 후 언론에 브리핑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오른쪽)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 D.C. /AFP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6억달러(약 87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민주당의 상·하원 압승을 막지 못했다. AI와 빅테크의 급속한 팽창에 대한 불안감에 고물가와 이란 전쟁을 둘러싼 반감까지 겹치면서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거액 기부자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지원에 6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며 막대한 자금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번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된 중간선거로 기록됐다.

머스크 혼자서만 여러 상·하원 선거에 4억7000만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머스크 외에도 벤처캐피털 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가 이번 중간선거에 9000만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오픈AI 공동 창업자 그레그 브록먼과 그의 아내 애나는 친트럼프 정치활동위원회(PAC)인 ‘마가(MAGA) Inc’에 2500만달러, 주요 친AI 정치활동위원회인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에 2500만달러를 각각 기부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의 공동 창업자인 캐머런과 타일러 윙클보스 형제도 500만달러 이상을 썼다.

머스크가 지출한 선거자금의 거의 절반은 각종 스캔들에 휩싸인 텍사스주 공화당 상원 후보 켄 팩스턴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팩스턴은 민주당의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에게 패배했다.

AI 및 가상자산 업계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억만장자들은 민주당의 셰러드 브라운(오하이오주) 전 상원의원의 상원 복귀를 저지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실패했다. 브라운은 상원에서 가상자산 산업을 비판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가상자산 친화적인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슈퍼팩(Super PACㆍ특별정치활동위원회) ‘페어셰이크(Fairshake)’는 브라운을 반대하는 광고에 50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페어셰이크는 2024년 선거에서 오랜 경력의 상원의원이었던 브라운을 낙선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앤드리슨과 호로위츠는 주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들을 지원한 ‘리딩 더 퓨처’에 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공화당 후보 달린 그레이엄은 이 정치활동위원회로부터 250만달러의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예상 밖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상원 의석을 확보했다.

비영리단체 테크 오버사이트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샤 하워스는 “기술기업 경영진이 수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이들의 노력은 결국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미국인들은 이들의 부패를 부추기는 영향력과 이들과 연관된 모든 후보를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수개월 동안 빅테크의 정치자금 지출을 조율했던 한 정치 관계자는 FT에 “돈이 통하지 않았다”며 “머스크는 5억달러를 썼지만, 그가 개입한 거의 모든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AI 산업의 급속한 팽창에 따른 유권자들의 불안감도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NBC 방송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과반수가 AI 데이터센터 문제를 투표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가 전기요금 상승과 지역사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여기에 고물가와 이란 전쟁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까지 겹치면서 빅테크 억만장자들이 공화당 후보들에게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선거자금도 민주당의 압승을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 정치 관계자는 “이러한 요인들이 민주당을 향한 ‘압도적이고 일방적인’ 표심 이동으로 이어졌다”면서 “민주당으로 향하는 물결이 워낙 거셌기 때문에 기술업계의 막대한 자금 공세마저 압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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