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꿈의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치이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끝을 모르는 '반도체 수퍼사이클' 속 우리나라 수출액은 4개월 연속 1000억달러를 넘어섰고 연말까지 흐름도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당초 예상됐던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4500억달러)를 넘어 5000억달러를 향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월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는 614억6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월 대비 153억4000만달러 증가한 수치로, 올해 6월(497억3000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사상 최대 흑자를 갈아치웠다. 1월부터 9월까지의 누적 경상흑자(3406억6000만달러) 역시 1년 전(838억9000만달러)과 비교해 4배 이상 급등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 배경에 대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견조한 상품 수출에 분기말 효과가 더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9월 경상수지 규모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전체 흑자(1230억5000만달러)의 절반 수준"이라며 "7월부터 9월까지 3분기 흑자 규모(1496억5000만달러)도 지난해 연간 흑자를 웃돈다"고 강조했다.
실제 9월 상품수지(수출-수입) 흑자는 역대 최대치인 627억5000만달러로 추산됐다. 상품 수출액은 1307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2.4% 급증했다. 상품 수출은 4개월 연속 1000억달러대를 이어가고 있다. 품목(통관 기준)별로는 컴퓨터주변기기(전년 대비 392.3% 증가)와 반도체(+260.3%) 등이 흑자를 주도했고 비IT품목에서는 석유제품 수출이 전년 대비 73.3% 늘었다. 다만 승용차 수출의 경우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박성곤 국제수지팀장은 "반도체는 1월부터 10월까지 전체 수출에서 45.2%p(통관 기준) 가량 기여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상품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29.4% 늘어난 679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 원자재(+21.3%)와 자본재(+42.3%), 소비재 수입(+2.0%)이 일제히 증가한 결과다. 주요 수입품목으로는 △반도체(+92.8%) △반도체제조장비(+49.2%) △가스(+42.5%) △원유(+38.4%) 등이 꼽힌다. 소비재에서도 내구재와 비내구재 수입이 각각 4.8%, 6.5%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를 중심으로 33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6억8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을 키웠다. 이 중 여행수지(7억7000만달러 적자)는 여름철 해외여행 성수기 종료 속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반영하는 본원소득수지는 분기배당에 따른 계절적 영향이 소멸되면서 26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543억4000만달러 증가해 올해 6월에 이어 역대 1위 증가폭을 갈아치웠다. 직접투자에선 내국인 해외투자가 114억3000만달러로 대폭 확대됐고 전월 감소세였던 외국인들의 국내투자 역시 65억2000만달러 증가로 돌아섰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66억3000만달러 가량 늘며 역대 2위를 기록한 반면 외국인 국내투자는 138억1000만달러 줄었다. 김 국장은 내국인 해외증권투자 확대 배경에 대해 "글로벌 금리가 오른 데다 환율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수출이 연일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면서 올해 연간 경상수지는 목표치에 무난하게 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한은은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기존보다 2000억달러 높인 연 4500억 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누적 경상흑자는 3406억6000만달러로, 연간 목표치까지 1093억달러 가량이 남아 있다. 김 국장은 "누적 상품수출액 1조달러(통관 기준)는 이르면 다음달 쯤 달성 가능할 것"이라면서 "10월부터 12월까지 월 평균 365억달러 흑자만 기록해도 목표치에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가 아직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한은은 당장 다음달 발표될 10월 경상수지 역시 역대 2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기준 역대 2위 흑자가 6월 기록한 497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발표될 경상흑자 규모는 500억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더해 연말 또 한번 600억달러 돌파 가능성이 남아있다. 김 국장은 "연말로 갈수록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연내 월간 경상흑자 1위 경신 역시 분기말 효과가 나타나는 12월 정도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5000억달러에 도달할 지 여부다. 이달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경상수지 목표치를 추가 상향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경상수지를 둘러싸고 남은 변수는 연말 기업들의 주주환원과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감소 등에 따른 우리나라 반도체 업황 흐름이다. 김 국장은 "현재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해 데이터센터나 AI 투자 등 각종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일단은 상황별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