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상임이사 정원 절반 공석
HUG 임원 3명 중 2명 임기 만료
한전KPS 사장 2년 넘게 임기 초과
강원랜드 장기 수장 공백 해소에도
조직 진단·경영체계 재정비 과제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와 에너지 전환 등 주요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할 공공기관의 경영진은 곳곳이 비어 있다. 후임 인선이 지연되면서 임기가 끝난 임원들이 수년째 자리를 지키는가 하면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기관장이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또 다른 수장 공백까지 예고됐다. 정책 실행을 책임질 공공기관의 인사 관리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공시 기준 상임이사 정원 6명 가운데 현원이 3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상임이사 자리의 절반이 공석인 셈이다. LH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상임이사 정원 6명 중 현원이 1명에 그쳤으나 지난달 8일 유병용 주거복지본부장과 박현근 공공주택본부장이 새로 임명되면서 3명으로 늘었다. 다만 기존 상임이사 1명인 상임감사위원은 지난해 9월 5일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최근 공시에서 재직자로 기재됐다. 이에 따라 상임이사 정원 6명 중 3명이 공석이며, 재직자 가운데 임기가 유효한 인원은 새로 임명된 2명뿐이다.
LH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주택 공급에 고삐를 죄면서 역할이 확대된 기관이다. 현재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3기 신도시 조성, 신규 공공택지 개발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LH는 지난해 10월 이한준 전 사장이 물러난 이후 약 8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다 올해 7월 이성훈 사장이 취임하면서 수장 공백을 해소했다. 그러나 상임이사 정원 6명 중 절반이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어 주요 사업의 의사결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공개된 임원 현황에서 상임이사 정원 4명 중 3명만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3명 중 2명은 올해 1월과 8월 임기가 만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1월 취임한 최인호 사장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정된 인사들이 주요 공직을 오가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수장 공백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HUG 또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주택도시기금 주택 관련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안정적인 경영진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공기업에서도 후임 사장 인선이 지연되거나 임기가 만료된 경영진이 직무를 이어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김동철 사장의 임기가 9월 18일 종료됐지만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김 사장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올해 2월 강기윤 전 사장이 퇴임한 이후 약 7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다 지난달 2일 이현빈 사장이 취임했다.
한전KPS의 김홍연 사장은 2024년 6월 24일 임기가 종료됐지만 2년 넘게 직무를 이어가고 있다. 상임감사ㆍ이사 4명 전원도 임기가 만료된 상태로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환경 변화와 주요 경영 현안에 대응하는 게 중요한 만큼 정치권에서도 경영진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기가 끝난 임원에게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은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한 장치이지, 임기 만료 상태를 기약 없이 유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전KPS는 더 이상 인선을 미루지 말고 상임이사 3명의 후임 인선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진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신임 기관장 취임 이후에도 조직 운영체계를 재정비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장기간 직무대행 체제를 겪은 강원랜드가 대표적이다. 약 2년 8개월간 이어진 직무대행 체제를 마치고 9월 2일 김도균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이후 지난달 2일 조직진단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장기간 경영 공백 속에 누적된 조직 운영과 주요 정책과제 전반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김병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상임이사는 주요 사업을 책임지고 지휘하는 경영진인 만큼 공백이 생기면 조직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기관장이 경영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는 만큼 각 기관장도 적임자 선임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