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장관 “농촌은 한국 경제의 미래⋯늘 현장서 해법 찾아냈다”[허 임팩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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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에서 농정의 수장⋯첫 여성 장관이기보다 ‘일하는 장관’ 되고파
농산물 가격 안정부터 농지제도 개선까지⋯현장 목소리 적극 반영
청년·여성이 도전하는 농촌, 세계로 뻗는 한식⋯“미래 세대에 기회 넓힐 것”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본캐(본래 캐릭터)는 26년간 우리나라 농업·농촌 정책 방향을 연구하고 해법을 찾아온 연구자다. 그는 농촌경제연구원에 있을 때도 책상에 있기보다 현장을 즐겨 찾았다. “출장이 많은데 괜찮겠냐?”는 입사 면접관 질문에 “못할게 없다”고 응수했다. 그런 그이기에 2023년 12월 농식품부 사상 첫 여성 장관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살피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쌀 한 톨, 사과 한 알을 자식처럼 키우는 농민들이 자연재해 등으로 속앓이할 때 그는 진심으로 함께 울었다.
그렇게 농민들과 동고동락한 장관으로서 그의 바람은 단순하다. 우리 농업인들이 사계절 힘들게 재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고 소득을 제대로 얻는 것. 동시에 국민들의 먹거리 부담을 낮추며 우리 농산물이 보다 많은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것이다. 최근엔 보다 살기 좋은 농촌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시골 빈집에 터를 잡는 청년, 지역 농산물로 신메뉴를 만드는 여성 창업가, 자신들의 오랜 경험을 젊은이들과 기꺼이 나누는 어르신들이 새삼 반갑다. 인구 감소와 기후변화에 직면한 농촌에서 이들의 새로운 도전이 든든한 소득으로 이어지는 데 기꺼이 그의 24시간은 허락된다. 연구자로서 쌓은 전문성을 행동으로 옮기고 미래 세대에 ‘농촌이 기회의 땅’임을 알리고 싶은 송 장관을 ‘허 임팩트(HER IMPACT) :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여성 선구자’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대담=석유선 경제정책부장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 장관이 걸어온 길.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잘된 정책은 그저 잘 만든 보고서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 현장에 적용하면서부터가 그 정책이 빛을 발하는 시작입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본지와 만난 송 장관은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현장의 변화’를 꼽았다. 농업인과 국민의 요구를 제도에 반영하고 그 제도가 그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까지 살펴야 비로소 정책이 정책답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장관 혼자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정책을 만들어 내고 실행할 수 없는 일. 송 장관이 정권이 바뀌는 와중에도 지금까지 꾸준히 농정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것은 농식품부 구성원들의 뛰어난 역량과 헌신, 그리고 열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농산물 가격처럼 농업인과 소비자의 요구가 엇갈리는 사안을 해결해야 할 때 구성원들의 역량에 탄복하게 된다. 송 장관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일 경우, 우리 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한다. 그렇게 하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도 해법을 찾는 길이 보이곤 했다”고 강조했다.

◇통계와 데이터는 자산, 현장 목소리를 현실적 정책으로

199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들어간 송 장관은 농촌 공간의 활용과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연구했다. 농업관측본부장 등을 거치며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하는 습관도 길렀다. 장관이 된 뒤에도 통계와 데이터를 면밀히 살핀다고 했다.

숫자를 읽는 일과 함께 중요하게 여긴 것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었다. 그는 “연구자일 때도 책상에 앉아 있기보다는 현장을 많이 가는 편이었다”며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영감도 얻고 감동도 많이 받았다”고 돌아봤다. 현장에서 발견한 불편을 제도 개선으로 옮기는 과정에 이런 경험이 쓰였다.

‘농지에 화장실 하나 설치하기 어렵다’는 한 청년농업인의 건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돌아와 곧바로 직원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이후 농식품부는 올해 8월 농지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일정 요건을 갖춘 농작업용 화장실과 주차장을 농지 전용 절차 없이 신고로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송 장관은 농지제도 개선을 통해 실제 농사를 지으면서도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그림자 농부’가 적법한 계약을 맺고 정책 지원을 받을 길도 열겠다고 밝혔다.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사안에서는 합의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 중요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내려가면 농업인이 어려워진다. 송 장관이 가장 먼저 지키려는 원칙은 양쪽 모두에게 이로운 농정이다. 그는 “양쪽에서 다 ‘이 정도면 됐다’고 할 만한 균형점이 어디냐가 진짜 과제”라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 개정도 이런 고민 속에서 추진했다. 이 가운데 양곡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은 생산자와 함께 적정 생산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뒀다. 양곡법에는 쌀 공급과잉이나 가격 하락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정부가 수급 대책을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농안법은 선제적 수급관리에도 주요 농산물의 평균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아지면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도록 했다. 생산 단계부터 수급을 관리하고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의 손실을 보완하려는 것이다. 그는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격안정제의 대상 품목과 보장 수준을 확대하는 일은 남은 과제로 꼽았다.

송 장관은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 국회의원들이 합의에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어떤 장관도 정책을 혼자 만들어 나갈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매주 금요일 현안점검회의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같은 이유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 청년, 여성 그리고 어르신이 함께 공존하는 농촌으로

농촌 ‘신활력플러스’ 사업에 참여하던 연구자 시절에도 송 장관은 정책의 지속성을 고민했다. 지역의 문제는 결국 주민이 풀어야 하고, 그러려면 일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을 키워야 한다고 봤다. 그는 “사업이 끝나도 사람이나 조직이 그 지역에 남아 있으면 지역 문제를 풀 수 있는 활동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지금 송 장관이 농촌 창업가들을 눈여겨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접 찾았던 경북 칠곡의 ‘므므흐스 부엉이버거’는 국산 농식재료로 햄버거를 만들고 농촌의 공간을 사람들이 찾는 장소로 바꾼 대표 사례다. 그는 이곳의 여성 대표가 충북 괴산 ‘뭐하농 하우스’와도 교류하며 그곳에서 재배한 허브를 활용한 음료를 판매했다고 소개했다. 지역을 넘어 농촌 창업가들 스스로 식재료와 판매처로 협업하는 ‘선순환’을 만든 것이다.

강원 홍천 ‘방앗간막국수’도 세대 간 협력 가능성을 찾은 사례다. 마을 어르신의 메밀 재배 경험에 청년 창업가의 브랜드·공간 기획력과 마케팅이 더해져 시너지를 냈다. 그 결과, 하루 10명도 찾지 않던 식당이 지난해 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지역 대표 외식 브랜드로 바뀌었다. 송 장관은 “지역 농산물 구매와 일자리 창출, 체험·관광을 통해 성과를 주민과 나누는 구조가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기뻐했다.

그는 이런 좋은 사례를 바탕으로 청년 정책의 시야를 더욱 넓히려 한다. 농산물 생산은 물론 가공과 유통, 외식과 관광에서도 청년이 농촌에서 즐겁게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게 하려한다. 송 장관은 “그저 농작물 생산만 하는 청년농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농촌 청년창업을 지속적으로 촉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이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게 아쉬운 대목이다. 청년창업가들이 서로 경험을 나누고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데 특히 공을 들이려는 이유다.

여성농업인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제6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여성농업인이 영농 및 지역사회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이장 선출방식을 1세대 1표에서 ‘1인 1표’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여성이 85%를 차지하는 공동경영주 제도도 올해 3월 농업 외 겸업제한을 일부완화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제도 개선 역시 한 여성농업인의 건의를 경청해 바꾼 송미령식 ‘현장형 농정’의 대표 사례다.

송 장관은 단연 “농촌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그리는 농촌이 주민에겐 익숙한 삶터이면서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터전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빈집을 고쳐 농촌에 정착하는 청년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여기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기들끼리 즐겁게 하는 모습을 많이 구현해보고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송 장관은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농촌의 새로운 경제적 활력 가능성을 확인한 날에는 자신도 “큰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 세계로 뻗는 한식, 미래 농가에 신소득 될 것

송 장관의 시선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으로도 향해 있다. 한식의 세계적 인기가 국내 농가와 중소 식품기업의 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출액을 늘리는 과정에서 국산 식재료의 꾸준한 수요처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둔다.

그는 이 과정에서도 사람을 키우는 일에 주목했다. 한식을 가르치는 ‘수라학교’에 특히 열정이 크다. 송 장관은 올해 시범 추진한 데 이어 내년에는 기업과 유명 셰프가 참여하는 교육과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정된 재원으로 우선 교육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건물을 짓는 예산이 아니라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위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한식을 배우고 알릴 사람을 키우고, 해외 한식당과 국산 식재료 공급을 연결해 농가의 수익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출시장에서 한식이 계속 선택받기 위해선 그저 K콘텐츠에 의지하기 보단 촘촘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수출국과 검역 협상이 일단 타결돼야 하고 그 나라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마케팅을 해 한식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가하는 K푸드 수출액 이면에는 시장 접근의 문턱을 낮추고 현지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단체급식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도 안정적인 수요 확보를 위한 최적의 경로라는 판단이다. 한 번 자리 잡으면 많은 물량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의 젊은 소비자들이 한식을 즐긴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요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송 장관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 급식 등을 통해 익숙해진 입맛이 성인이 되어서도 일상적 소비로 연결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짝꿍 마케팅’ 역시 협력을 통해 기회를 넓히려는 시도다. 제품 개발부터 현지 유통망 진입까지 힘을 모아 중소 식품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방식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여성이기보다 실력으로 승부⋯“주변에 도움 요청해야”

송 장관은 농식품부 첫 여성 장관이라는 수식어보다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1997년 연구원 입사 면접에서 출장이 많은데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던 경험을 떠올렸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나의 존재로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농식품부 역시 성별과 관계없이 실력으로 평가받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동시에 일과 가정의 조화를 개인이 홀로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그는 “일과 가정의 조화는 개인의 몫이 아니라 조직이 만들어가야 할 문화”라며 후배들에게 혼자 짊어지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자신도 어려울 때 함께 고민하는 직원들과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에너지를 얻는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은 임기가 다하는 날까지 농업인과 국민이 정책의 성과를 일상에서 체감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를 바꾸고 그 과정에서 현장과 끝까지 소통한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조용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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