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주년 김홍신 작가 "용서만 아니라 복수도 아름다울 때 있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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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신작 ‘유다의 어머니’⋯계엄이 깨운 검열 상흔
"역사적 기록은 작가의 사명⋯진정한 영웅은 바로 국민"

▲김홍신 작가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서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복수가 정의의 또 다른 이름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자식이 불의한 권력에 가담해 악인이 됐을 때,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모성이라는 본능과 정의라는 신념이 충돌하는 순간에도 인간은 끝내 자신의 양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대한민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을 쓴 김홍신 작가가 등단 50주년을 맞아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를 펴냈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이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폭력적인 권력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개인의 비극을 통해 한 시대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김 작가는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성모 마리아는 오래 기억되는데 왜 가룟 유다의 어머니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지 궁금했다"라며 "악한 자식을 둔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이 작품을 썼다"라고 밝혔다.

소설은 서울 가회동의 한옥집에서 울린 세 발의 총성으로 시작한다. 박해선이 자신이 길러낸 첫째 아들 윤상경 소령을 총으로 쏴 죽인 것이다. 윤상경은 군사 정변 세력에 가담해 출세를 좇는 인물이다. 반면 둘째 아들 윤상선은 정변의 구체적인 계획과 광주 민주항쟁에 대한 조작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를 세상에 공개하려 한다.

김 작가는 "우리나라 정서뿐만 아니라 어머니는 아들에게 총을 쏠 수가 없다"라며 "그런데 소설에서는 극적으로 어머니가 아들을 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드느라 고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관통하는 문장은 '용서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복수도 아름다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평소 사랑과 용서를 강조해 온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복수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김 작가는 그 의미를 '역사적 필주(筆誅)'에서 찾았다. 필주는 글로써 잘못을 꾸짖는 행위다. 개인적인 원한을 갚는 복수가 아니라 역사의 잘못을 기록하고 비판함으로써 후대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역사에는 필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라며 "정치와 경제를 잘못해 백성을 괴롭히고 힘들게 한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반드시 필주를 받는다. 형법상 처벌보다 무서운 게 역사적 필주다. 그것이 역사의 사명이자 작가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김홍신 작가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작가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데에는 1980년대 검열의 시대를 통과한 개인적인 경험도 자리한다. 당시 '인간시장'을 집필하면서 제목과 주인공 이름까지 검열받아야 했고, 자신이 쓴 글을 마음대로 발표할 수 없는 현실에 고통을 겪었다. 그렇게 남은 상처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다시 되살아났다. 김 작가는 "트라우마는 지워지지 않는 개인의 역사가 된다"라며 "1980년대 검열을 받으면서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통곡이 있었다. 그 기억이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는데 12월 3일 뉴스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여의도로 달려가고 싶어서 옷을 챙겨 입다가 이미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봤다"라며 "내가 굳이 가지 않더라도 언젠가 글로써 필주하면 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마음으로 절방석을 펴놓고 절을 했다"라고 전했다.

김 작가는 민주주의를 지켜낸 주체로 정치 지도자나 특정 인물이 아닌 국민을 꼽았다. 그는 "12월 3일 여의도에 집결한 시민들과 그곳에 마음을 함께한 국민들이 모두 영웅"이라며 "국민이 영웅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민주국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지 800매 분량의 이번 소설도 만년필로 직접 썼다. 김홍신문학관의 상징인 검은 동그라미와 빨간 동그라미는 각각 잉크 한 방울과 작가의 피 한 방울을 뜻한다. 김 작가는 "내 피를 찍어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하면 아무래도 건성으로 쓸 수 없다"라고 말했다.

등단 50주년을 맞았지만 창작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현재 백제 역사를 다룬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그는 "아이들에게 미리 남긴 유언 중 하나가 죽을 때 머리맡에 원고지를 놓아달라는 것"이라며 "젊어서부터 꿈꿨던 것이 죽는 날까지 원고지에 글을 쓰는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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