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번역으로 언어 장벽 해소
VR·AR로 15가지 사고 상황 체험
AI 관제로 위험상황 535건 포착

29일 찾은 서울 중구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현장. 한화 건설부문 안전보건교육센터에서는 한국어로 진행하는 안전교육이 중국어와 베트남어 등 외국어로 실시간 번역되고 있었다. 근로자가 태블릿에서 국적을 선택하면 교육 내용이 해당 언어의 자막과 음성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 현장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9월까지 투입된 근로자 약 3100명 중 1000명가량이 외국인이었다. 중국인이 약 8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인이 약 150명이었다.
진정일 한화 건설부문 서울역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안전파트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전수칙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근로자가 익숙한 언어로 직접 듣고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은 지하 6층~지상 최고 39층, 5개 동 규모의 업무·숙박·전시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공정률은 약 20%로 하루 평균 600~800명의 근로자가 투입된다.
한화 건설부문은 안전보건교육센터에서 신규 근로자 교육과 사고 체험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근로자가 현장 투입 전 A4용지 약 5장 분량의 서류를 작성해야 했지만 이곳에서는 태블릿으로 전자서명과 출입 등록, 교육 이수 절차까지 처리한다.
교육 만족도도 높았다. 한화 건설부문이 2025년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근로자 31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언어 번역 만족도는 92.5%, 번역 용어 이해도는 91.9%로 나타났다. 기존 수기 방식 대비 만족도도 90.7%에 달했다.
교육을 마친 근로자는 체험교육장으로 이동한다. 보호구 착용부터 감전과 추락, 장비 협착 등 주요 사고 유형 7가지를 중심으로 약 20~25분간 교육이 진행된다.

감전 체험 장비의 손잡이를 잡자 정전기가 흐르는 듯한 자극이 손끝에 전달된다. 안전모 시험 장비에서는 낙하물 충격을 재현했고 사다리 체험에서는 낮은 높이에서도 균형을 잃으면 쉽게 넘어질 수 있다는 점을 통해 경각심을 심어줬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활용한 4D 시뮬레이션에서는 신호수와 동바리 붕괴, 철골 추락 등 15가지 재해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신호수 체험에서는 대형 차량의 사각지대를 확인하고 충돌 상황에서 발판과 좌석이 움직이며 사고 충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진 파트장은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중요하다"며 "근로자들이 실제 사고 상황을 몸으로 느끼면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전교육 이후에는 AI 기반 통합관제로 현장 위험을 관리한다.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AI 카메라로 근로자 위치와 위험 상황을 실시간 확인하고 비상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피 경보를 전달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관제요원이 발견한 위험상황은 총 535건으로 집계됐다. 떨어짐이 206건으로 가장 많았고 물체에 맞음 119건, 화재 52건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장에서는 AI가 감지한 위험을 안전관리자가 다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내리는 방식으로 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관제실에는 안전관리자 2명이 상주하며 카메라 영상과 감지 정보를 토대로 현장 상황을 점검한다.
진 파트장은 "AI가 위험한 상황을 찾아내더라도 이를 확인하고 조치하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라며 "AI 감지와 관리자 확인, 현장 조치가 반복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안전관리의 핵심"이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