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관세ㆍEU는 역내 우대⋯자국 車 지키는 세계, 한국은 어디에 [韓 자동차 생태계 빨간불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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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산 자동차 15% 관세로 현지 생산 압박
EU, 역내 조립·부품 70% 조달 요건 추진
해외 현지화 불가피…국내 생산기반 유지 과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관세를 앞세워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생산을 유도하고 유럽연합(EU)은 역내 생산 차량과 부품에 혜택을 주는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국이 자국 생산과 고용을 중심으로 산업정책을 재편하면서 한국도 해외 시장 확대와 국내 제조업 기반 유지를 병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방식은 다르지만 자국 내 자동차 생산과 핵심 공급망 확보를 목표로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을 얼마나 판매하느냐뿐 아니라 어디에서 생산하고 부품을 조달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미국은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현지 생산 확대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는 한미 무역합의에 따라 1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관세 부담을 줄이고 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다.

유럽은 역내 생산과 부품 조달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산업정책을 재편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3월 산업가속화법(IAA) 초안을 발표하고 공공조달과 정부 지원에 유럽산 제품을 우대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EU 역내 최종 조립과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부품 가치의 70% 이상을 역내에서 조달하도록 하는 요건이 담겼다.

독일과 프랑스도 이달 16일 공동성명을 통해 유럽 내 전기차 생산 확대와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에 합의했다. 탄소배출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유럽산 자동차와 핵심 부품에 대한 우대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EU의 역내산 우대 방안은 아직 입법 단계로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요건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유럽 현지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차량과 국내 부품업체는 역내산 인정 기준에 따라 경쟁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EU산 부품 조달이 확대되면 국내 협력업체의 수출 기회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최 EU 측과의 통상 현안 협의에서 산업가속화법이 한국 기업에 불합리한 무역 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산 완성차와 부품도 공공조달과 정부 지원 과정에서 EU산과 동등하게 취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주요국의 보호 정책이 강화될수록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해외 현지화도 불가피해진다는 점이다. 현지 생산은 관세 부담을 줄이고 정책 혜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지만 부품 현지 조달까지 확대되면 국내 수출 물량과 협력업체의 일감이 위축될 수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자동차 산업은 국내 제조업 고용의 11.3%, 출하액의 14.1%, 부가가치의 11.9%를 차지했다. 국내 완성차 생산기반 약화가 부품·소재·기계·물류 등 연관 산업과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K-모빌리티 글로벌 선도전략'을 통해 국내 공장을 미래차 마더팩토리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국내에서 첨단 생산기술과 공정, 품질 기준을 개발해 해외 생산거점으로 확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기술개발과 제조혁신을 넘어 국내 생산과 설비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현지 생산 확대를 막기보다 국내 공장의 경쟁력과 투자 매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 진출의 성과가 국내 제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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