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임을 물은 결과도 초라하다. 예금보험공사가 부실책임자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은 3527억원이지만 실제 회수액은 995억원이다. 관련 판결문에는 가등기와 차명주식, 사업권 이전 등을 통해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반복해 등장한다.
쫓는 데도 돈이 든다. 소송과 해외재산 추적에 들어간 회수 비용만 88억원이다. 판결로 책임이 확정돼도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청구액은 숫자에 머문다. 책임자 재산 환수가 지지부진한 만큼 정리 비용은 예금보험기금의 부담으로 남았다.
예금보험기금은 금융회사가 낸 보험료를 재원으로 한다. 위험을 키워 이익을 얻을 때는 사적이었지만, 실패의 비용은 공동의 기금으로 치른 셈이다. 환수가 부진하면 그 부담은 결국 금융권 전체가 나눠 지게 된다.
문제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애초 15조원이면 될 것으로 본 소요액은 27조원으로 불어났고, 예보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1년 더 연장할지도 현안으로 남았다. 특별계정이 연장되지 않으면 잔여 부채 1조5000억원에 기존 저축은행 고유계정 결손 2조원이 더해진다.
김성식 예보 사장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조5000억원의 마이너스가 계정에 있다고 하면 지금 1년에 저축은행 예금보험료가 4000억원가량”이라며 “마이너스를 해소하는 데만 해도 10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공적 안전망은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스템의 연쇄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다만 보호가 책임의 면제를 뜻해서는 안 된다. 안전망이 클수록 위험을 만들고 통제하지 못한 이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함께 작동해야 한다.
저축은행 사태의 교훈은 ‘다시는 부실을 만들지 말자’는 구호에 있지 않다. 이미 발생한 부실에 누가 명확히 책임질 것인지, 재산을 어떻게 보전하고 끝까지 환수할 것인지를 바로 세우는 데 있다. 그래야 재발 방지 대책도 실효성을 가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