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상장사 사상 최대 규모인 SK하이닉스 40조원 자사주 매입이 이날 최종 완료됐다. 당초 예고했던 취득 기한인 11월 19일에서 한 달가량 남겨둔 시점에 목표 매입 금액을 모두 채우며 조기 종료됐다.
21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이날 정규장 마감 기준 SK하이닉스는 장중 직접매수 신청 물량 47만2080주 가운데 44만3272주를 사들였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매입 개시일인 8월 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40거래일 동안 총 2325만주, 금액으로는 39조4270억원을 매입해 목표 금액의 98.6%를 채운 바 있다. 이날 잔여 한도인 약 5773억원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누적 체결 수량은 총 2369만3272주, 누적 매입 금액은 이사회 결의 한도인 40조43억4000만원을 모두 채우게 됐다.
수량 기준으로만 보면 당초 취득 신고 물량 2407만주의 98.43% 수준으로, 신고 수량 대비 37만6728주(1.57%)가 남아 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완료 여부는 수량이 아닌 '총 취득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주관사인 SK증권은 "자사주 매입은 금액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날 40조원 한도를 모두 채우면서 매입 절차가 최종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측은 40조원을 넘어 남은 잔여 물량을 추가 매입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SK하이닉스는 8월 19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40조원 규모 자사주를 장내 매수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8월 20일 첫 매매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41거래일 연속 자사주를 사들였다.
매입 초기인 8월 20일부터 9월 9일까지는 15거래일 연속 하루 65만주씩 공격적으로 매수하며 단숨에 누적 체결률을 40.51%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는 하루 50만~65만주, 10월 6일부터 13일까지는 하루 40만주씩 사들이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그러다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자 이달 16일부터 하루 매입 규모를 다시 50만주로 늘려 20일까지 체결률을 96.59%로 높였고, 21일 마지막 물량을 소화하며 매입을 마무리지었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대형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나타날 국내 증시 '수급 공백'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 지수 하단을 지탱해 온 핵심 매수 주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2일 15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먼저 완료한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매입을 끝내면서 약 55조원 규모 기업 자사주 수요가 증시에서 일단락됐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본격화된 8월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1조5000억원, 16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역시 2조7000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같은 기간 기업의 자사주 매입 자금이 집계되는 기타법인이 홀로 43조4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개인이 쏟아낸 48조원대 매물을 받아냈다.
SK하이닉스 개별 종목 수급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식을 △외국인 16조4000억원 △개인 13조8000억원 △기관 2조원 △금융투자 4000억원 순매도했으나, 회사의 자사주 매입 자금이 이를 사실상 전량 흡수하며 주가 하단을 방어했다. 양대 반도체 대형주의 자사주 매입이 모두 끝나면서 외국인 매도세 속에 증시를 떠받치던 수급 지지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매입 종료에 따른 수급 완충력 축소가 곧바로 추세적인 주가 하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진단도 내놓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종료로 외국인 매물을 꾸준히 받아주던 매수 주체가 사라지는 만큼, 단기적인 수급 완충력이 약해지고 같은 규모의 매도에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며 "특히 대형 반도체의 지수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최근 조정 국면에서도 대외 악재와 맞물려 수급 안전판 약화가 낙폭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됐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며 "대신증권 퀀트 분석 결과 기관 등의 보유 물량 축소가 향후 추가 매도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달 19일 하우스뷰 기준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 초반까지 낮아져 7월 저점권이자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코스피 5200선 전후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증시 방향성은 반도체 실적과 대외 불안 요인 완화 여부가 가를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는 실적 발표를 통해 이익의 지속성과 AI 투자·자금조달 우려가 얼마나 해소되는지, 추가 주주환원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라며 "매입 완료 직후에는 단기 변동성 확대와 저점 재시험 가능성을 열어두되 공포에 따른 추격 매도는 자제하고, 금리·AI 신용 불안 진정 및 외국인 매도세 둔화를 확인하며 실적 가시성이 높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분할 접근하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