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수입 전망치 80만대의 절반 미만
한국산 차량도 규제 대상 포함 가능성
현대차·기아 반사이익과 수출 부담 교차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의 수입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통상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지만 한국산 차량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중국차의 시장 잠식 속도가 둔화하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자칫 국내 생산 차량의 유럽 수출길까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EU는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일반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수입 물량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첫해 중국산 차량의 수입 상한은 35만 대로 설정하고 이후 매년 6%씩 늘리는 방식이다. 규제 기간은 4년으로 이르면 12월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첫해 수입 상한인 35만 대는 올해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의 EU 수입 예상 물량인 80만 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예상 물량보다 45만 대(56.3%) 적은 규모다. 중국 업체들이 EU의 전기차 추가 관세를 피해 하이브리드차 수출을 확대하자 새로운 무역장벽을 세운 것이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EU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비차별 원칙 등을 고려해 다른 교역 상대국에도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가별 수입 한도와 예외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하이브리드차도 규제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기아로서는 득실이 엇갈린다.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의 유입이 줄어들면 가격 경쟁 압박이 완화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생긴다. 반면 한국산 차량까지 수입 물량 제한을 받으면 수출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유럽 현지 생산과 국내 수출을 병행하고 있어 생산지에 따라 규제 영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중국차의 유럽 시장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EU의 보호무역 강화는 불가피한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브랜드의 올해 8월 서유럽 18개국 신차 시장 점유율은 11.5%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에 이어 하이브리드차까지 수입 제한이 추진되면서 유럽 자동차 시장의 통상장벽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EU의 최종 규제 적용 범위와 국가별 수입 한도가 현대차·기아의 유럽 사업에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차를 겨냥한 보호무역 조치가 한국산 차량의 수출까지 제약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