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옥죄는 청구서...3분기 '어닝 쇼크' 덮쳤는데 '상생' 호통 지속되나 [노트북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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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의도 증권가 CEO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두가 있다. "당국 눈높이에 맞춰 대체 어떤 사회공헌을 해야 하나" 한숨 섞인 토로다.

그동안 생산적·포용 금융은 은행권의 몫이었다. 그러나 자본시장이 커지자 당국의 칼끝은 증권사를 향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23개 증권사 CEO들을 모두 불러 모은 자리에서 대규모 사회적 책임을 요구했다.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가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하는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이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금감원장은 은행에 비해 사회공헌 규모가 뒤처져 있다는 쓴소리까지 곁들이며 공개적인 압박을 이어갔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사업비는 2조2000억원인 반면, 국내 증권사는 500억원으로 은행의 4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2026년 상반기 별도 순이익은 국내 은행 20개사가 13조8000억원, 국내 증권사 37개사가 8조6000억원으로 수익 규모 차이는 1.6배에 불과했다.

물론 숫자는 화려했다. 올해 2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5조19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1%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2025년 6월 2700선에 머물던 코스피 지수가 1년 만에 9100선까지 치솟은 전무후무한 대세 상승장 덕이다. 거래대금이 폭발하며 증권사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덩치를 키운 만큼 사회적 역할을 다하라는 당국의 명분 자체는 언뜻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호황기 실적을 기준으로 삼는 당국의 경직된 잣대다. 상반기 호황에 취해 상생을 쥐어짜기엔 현재 증권업계가 맞닥뜨린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당장 올 3분기 여의도에는 짙은 먹구름이 꼈다. 91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불과 4개월 만에 6300선으로 고꾸라졌다. 메리츠증권은 올 3분기 주요 증권사들의 합산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72.1%, 전년 동기 대비 34.1% 떨어지며 시장 전망치를 35%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일평균 거래대금 축소에 따라 브로커리지 이익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높아진 금리 및 증시 변동성 확대로 투자자산 관련 평가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실적 악화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3분기 국내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 분기 대비 41.7% 급감해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며, 시장금리 상승 및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해 채권과 주식 트레이딩 등 순상품운용손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은 자본시장 성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다만 수익이 감소하는 시장 하강 국면에서 지수가 정점을 기록하던 시기의 잣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일회성 지출 확대가 자발적이고 장기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정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자본시장 변동성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증권업계 특수성을 감안할 때, 획일적인 잣대보다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증권사가 단기적인 사회공헌 규모에 치중하기보다, 모험자본 공급과 시장 인프라 강화라는 본연의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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