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레이 “판사 결정 이유로 제재⋯전례 없고 용납 못 해”
미국, ICC 판사 17명 이어 재판소 기관 자체 제재
유엔ㆍ주요국 반발⋯트럼프는 노벨상 불만 표출

10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필레이는 노르웨이 오슬로 노벨평화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해 “국제재판소, 특히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의 존립을 둘러싸고 엄청난 긴장과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국가가 판사들이 내린 사법적 결정만을 이유로 그들에게 제재를 가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전례 없는 일이고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날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된 지 몇 시간 만에 ICC를 겨냥한 광범위한 제재를 발표했다. 제재에는 미국 기관과 기업이 ICC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가 포함됐다. 이미 미국은 ICC 판사와 관계자 17명을 제재 대상에 올린 상태였다. 다만 이번에는 ICC라는 기관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삼아 재판소의 재정적 운영 능력을 제한하려 한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미국은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의 행위를 조사한 것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놓고 ICC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게다가 ICC 전직 판사의 수상 소식은 같은 상을 노리던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든 것으로 보인다.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노벨평화상에 관심이 많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후 노골적으로 수상을 노렸다. 이번 수상 발표 후에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뉴욕주 시러큐스 유세 현장에서 “여러분의 대통령으로서 내가 대표하는 미국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이는 노르웨이라는 국가와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결정을 내린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오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8개 전쟁을 끝냈으며 남북한과 북한ㆍ일본, 중국ㆍ대만 사이의 전쟁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레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욕심을 알고 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여러분이 손뼉을 조금만 더 크게 쳐준다면 이 상을 트럼프와 나눌 수도 있다”고 농담했다.
한편 미국의 ICC 제재 발표에 국제사회는 반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형사사법의 핵심축인 ICC를 포함해 국제형사사법을 실현하려는 우리의 공동 노력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영국과 캐나다, 덴마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등 주요국도 유감을 표명했다.




